주민들 “포 소리에 전쟁 난 줄 알아” … 노란 깃발 보자 “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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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이 보이는 백령도 용틀임 전망대가 28일 취재진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백령도=연합뉴스]

해군 초계함 침몰 사흘째를 맞은 28일 백령도 장촌 포구에는 조업을 허가하는 노란색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초계함 사고 소식을 접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주민들은 이날부터 안정을 되찾고 포구에서 어선이나 그물을 손질하며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초계함 수색작업에 투입된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때마다 귀를 기울이는 주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남3리 최치호(64) 어촌계장은 “주민들이 사고 당일 밤에는 포 소리에 전쟁이 난 줄 알고 뛰어다닐 정도로 놀랐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 안정돼 오전에 어선 한 척이 조업을 위해 출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계함 사고 이후 수색작업으로 인한 조업 통제는 없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금지됐던 조업이 이날은 백령도와 대청도 모두에 허가됐다. 이 때문에 이들 섬의 일부 어민은 소라 등을 잡기 위한 통발 작업이나 양식장 관리 등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 또 일부 어민은 4월 까나리 철을 앞두고 그물 손질이나 배 수리 등을 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백령도에서 어장 관리를 위해 어선 2척이 출항했고 대청도에서는 9척이 통발을 치거나 조업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 인천 연안부두로 출항하는 여객선 선착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날 오후 인천으로 가는 승선권은 평소 주말과 비슷한 200여 장이 팔렸다. 다른 주민들은 휴일을 맞아 교회에 가거나 집 안에 머물러 마을 전체가 조용했다.

대부분의 주민이 조업 철을 앞두고 사고 수습이 길어져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대청도 어민 김능효(57)씨는 “이번 사고의 인양작업이 길어지면 조업 통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조업 통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 사고가 조기에 수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는 본격적인 조업 철이 아니어서 출항을 못해도 큰 피해가 없지만 수색이나 인양작업이 길어져 어수선해지면 조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고 여파로 관광객 감소 등을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현재는 비수기라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는 피해는 없지만 사고 수습이 장기간 이어져 4월 성수기에 여행객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령면 진촌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정희(51)씨는 “사고가 나자 이번 주말에 예약된 2건이 취소됐다”며 “5월에 100명이 넘는 단체 손님이 있는데 그때까지 사고 수습이 안 되면 예약 취소가 잇따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촌의 한 민박 주인인 고모(여)씨는 “백령도 주변에서 남북 간 교전이 발생해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이곳의 이미지가 나빠져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언론에서 북한을 그만 언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기포항 선착장 인근의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아직 관광철이 아니어서 이번 사고로 관광객이 늘거나 줄었다고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사고 수습이 이른 시일 내에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령도=정기환·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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