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관광명소로 거듭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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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사 입구에 26일 선(禪)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덕숭산(해발 495m) 자락에 있는 수덕사. 백제 위덕왕(554∼597)때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대웅전(국보 49호) 등이 있다.

1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수덕사가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수덕사 입구 왼쪽에 국내 최초의 ‘선(禪)미술관’이 26일 문을 열었다. 선미술관 바로 옆에는 한국 현대 미술계의 거장인 고암 이응로(1904∼1989) 화백이 작품활동을 하던 수덕여관이 있다. 수덕여관은 또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6)이 5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수덕여관은 2008년 새롭게 단장된 이후 예산의 관광코스가 됐다.

수덕사가 선미술관을 짓게 된 것은 수덕사 방장(方丈)을 지낸 원담(圓潭·1927~2008) 스님과 이응로 화백 등과의 인연 때문이다. 원담 스님은 국내외에 이름을 떨친 서예가이다. 그는 한국근대선불교사(禪佛敎史)의 중심인물인 경허(鏡虛)·만공(滿空) 스님의 선맥(禪脈)을 이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미술관이 문을 연 이날은 원담 스님 입적 2주기였다.

이응로 화백은 1944년 초가집인 수덕여관을 구입해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기거했다. 그는 수덕여관 뜰에 암각화 2점을 남겼다.

단층 건물인 미술관은 수덕사가 예산군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 16억원을 들여 지었다. 수덕사 대웅전 지붕을 형상화하고 단순함이라는 선(禪)의 의미를 살려 서양식으로 지었다. 이 때문에 초가집인 수덕여관과 어우러져 동서양 건축양식의 조화를 보여준다.

미술관 내부는 ‘고암전시실’과 ‘원담전시실’ 등 전시실 2개가 마련됐다. 고암전시실에는 이 화백의 작품 65점이 있다. 이화백의 후손과 제자,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 15점과 수덕여관 수리 때 발견한 습작 50여 점을 모은 것이다. 원담전시실에는 원담 스님이 그린 달마도와 서예작품 등 40여점이 전시돼있다.

수덕사 주지 옹산 스님은 “미술관 작품은 비록 사찰에 있지만 누구든지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며 “주변에 미술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도 좋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년전 해체, 복원된 수덕여관은 연간 4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1054㎡의 터에 ㄷ자 형태로 지은 초가집이다.

예산군이 4억원을 들여 종전 건물을 해체하고 방 7개, 툇마루, 온돌 등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 방에는 유명화가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예산군 최운현 부군수는 “수덕여관이 새롭게 단장된 뒤 수덕사 관람객이 10%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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