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투자 피해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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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하려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구단위계획 적용 여부, 대지지분, 용적률과 조합원 부담금, 사업일정, 주변 시세 등이다.

지역만 보고 무조건 재건축 지분을 사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재건축은 진행속도가 빠를수록, 조합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이 적을수록 투자가치가 높다.

대지지분은 현지 중개업소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는 무허가 중개업자 등이 대지지분을 속이는 경우도 있어 등기부등본을 보거나 조합측에 직접 물어 확인하는 게 좋다.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지는 서울시 도시관리과(02-3707-8291)나 구청에 알아보면 되지만 아직 건축심의를 받지 않은 단지 중 재건축 후 3백가구 이상이 되는 곳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투자자들이 가장 속지 말아야 할 대목은 용적률이다. 요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용적률 부풀리기' 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은 시공사나 조합이 정하는 게 아니다.

서울시 등 행정당국에서 조례로 정한다. 서울시가 제시한 재건축 아파트(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선은 2백50%다.

따라서 시공사와 조합이 내걸고 있는 2백80~2백95%의 용적률은 대부분 법을 무시하고 조합원을 호도하는 수치다.

조합측이 입찰제안서를 받으면서 시공사에 현행 법규상 지켜질 수 없는 용적률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건설회사와 조합이 이를 알고 있다는 것. 조합은 용적률이 높은 것처럼 알려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기 일쑤다.

건설회사들도 '일단 시공권을 따내고 보자' 는 식이다.

나중에 지구단위계획이 나오면 이를 핑계삼아 용적률 등을 수정한다는 전략이다. 그 후유증은 선의의 조합원과 투자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사업일정도 냉정히 따져야 한다. 재건축추진위 구성이나 시공사 선정은 재건축이 이제 갓 싹을 틔운 것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재건축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다. 조합설립인가.교통영향평가.지구단위계획(4~6개월).건축심의.사업승인.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를 거쳐 착공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 3~4년이 걸린 단지도 숱하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 전 값이 급등한 재건축 단지는 투자 시점을 늦추는 게 낫다. 특정 세력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흘려 값을 띄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는 시공사를 선정한 뒤에는 오히려 값이 떨어진다.

최근 시세가 급등한 일부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을 조정하고 조합원 부담금 규모가 드러나면 값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층이면서도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도록 돼있는 개포.둔촌.고덕지구는 대지지분이 많은 장점이 있으나 사업추진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용적률 하락으로 사업성도 떨어질 소지가 있다. 이들 지구는 최근 잠실 등 저밀도지구의 재건축 추진에 힘입어 덩달아 값이 올랐으나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저밀도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 사업추진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지구별로 한 단지씩만 사업승인이 나고, 나머지는 내년 이후로 미뤄지므로 이런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저밀도지구는 시공사 선정을 한지가 오래 돼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먼저 받았다고 해서 사업승인이 먼저 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주민동의율이 낮거나 소송이 계류 중인 단지, 이주계획이 미흡한 단지는 먼저 건축심의를 통과하더라도 우선 사업승인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사업승인을 받아 놓고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단지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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