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증권사 이젠 '주특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누리 증권은 전직원이 95명인 미니 증권사다. 지점은 한곳도 없다. 그렇다고 온라인 증권사는 아니다. 굵직굵직한 기업을 상대로 주식·채권 발행과 재무컨설팅등을 하는 자본금 5백억원의 어엿한 종합증권사다.

지난해 90억원의 세후순이익을 올려 2년연속 국내 증권사 중 1인당 생산성 수위를 차지했다. 한누리증권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철저히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한 도매금융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이회사 최진식 전무는 "주식관련 채권발행과 인수합병(M&A)중개 등 기업금융 부문에 특화한 영업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주특기' 를 찾아나서고 있다.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판에 박힌 영업에서 벗어나 기업금융.거액고객 대상 영업 등에 특화하는 증권사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일반화하면서 낮아진 매매수수료만으론 회사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44개(온라인 증권사 포함)다.

◇ 신설사가 특화전략 주도=독특한 수익모델을 찾는 데는 신설 중.소형사들이 열심이다.

지난해 초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한 모아증권은 업계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영업전략을 택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사이버 거래에 애쓰는 데 비해 모아증권은 거액 고객을 상대로 밀착형 오프라인 영업에 주력한다. 5천만원 이상만 고객으로 받는다. 수수료가 0.5% 정도로 일반 증권사의 두배이지만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신설한 리딩투자증권은 한국의 월가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나 을지로를 벗어난 유일한 증권사다.

법인 영업, 특히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기업공개 등의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테헤란밸리의 중심인 서울 역삼동에 본사를 두었다. 이 회사는 설립 첫해 1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키움닷컴증권은 온라인 거래와 더불어 채권영업에, 겟모아증권은 온라인 거래 중 특히 개인 대상의 선물.옵션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 대형 증권사도 특화 시도=상대적으로 몸놀림이 둔한 대형사도 수익모델을 다양화하면서 특기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매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에 한계를 느끼는 데다 정부가 증권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투자은행 형태의 선도 증권사 육성을 추진하는 것도 자극제가 됐다.

대신증권은 미국의 찰스슈왑같은 온라인 전문 중개사로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2, 3년 전부터 뉴욕.런던 등의 해외사무소를 철수하는 등 국제업무를 과감히 축소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증권거래, 특히 선물.옵션부문에서 50% 안팎의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증권과 LG투자증권은 투자은행 업무를 키워 선도 증권사로 앞서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의 황영기 사장 내정자는 "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 투자은행 분야 시장을 외국계가 계속 독식하도록 할 수는 없다" 며 "투자은행 분야의 전문인력 육성부터 힘을 쏟겠다" 고 밝혔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박사는 "외국 증권사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다채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면 수익구조가 단조로운 국내 증권사들이 고전할 것" 이라며 "증권사별로 규모나 강점을 고려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특화해야 살아남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광기.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