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열차 미국 첫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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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제작사인 로템이 미국에서 901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열차 공급계약을 따냈다. 그동안 미국 철도차량 시장을 장악해온 일본과 독일 등의 경쟁사를 물리치고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열차를 공급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템은 또 지난 1일 이란 테헤란에서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이리코(IRICO)사와 디젤 동차 120량의 공급 및 차체 제조기술 협력 등에 관한 총 1억1000만유로(약 154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로템은 이에 앞서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더햄.오렌지.웨이크 등 3개 카운티를 관할하는 '트라이앵글 교통공사(TTA)'가 발주한 디젤 동차 32량 구매 입찰에서 일본의 스미토모사(1억1600만달러 제시)와 독일의 지멘스(1억3600만달러 제시)를 제쳤다. TTA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로템과 정식계약을 해도 좋다고 의결했으며 본계약은 이달 말에 체결될 예정이다. 2006년 7월께 납품할 열차는 한국에서 50% 공정으로 제작한 뒤 지난해 3월 필라델피아에 설립된 로템의 미국 합작법인인 유나이티드 트랜지트 시스템스(UTS) 공장에서 완성된다. TTA가 시민들 통근용으로 도입하는 이 교통 프로젝트는 총연장 45㎞로 2008년부터 운행된다.

이와 관련, 입찰에서 진 스미토모사는 로템이 미국 내 시공 경험이 없고 수주금액도 낮아 철도 차량의 안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발주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UTS 관계자는 전했다. 로템은 지난해 2월 남동부 필라델피아교통공사와 전동차 공급계약을 했으나 당시 경쟁에서 탈락했던 일본의 가와사키사가 발주처의 입찰 진행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내는 바람에 2억3000만달러어치의 계약이 취소된 적이 있다. UTS 관계자는 "머잖아 이 입찰이 재개되면 다시 응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템은 또 현재 이란 테헤란 내 지하철 3호선에 전동차 160량을 공급하는 입찰에 참여해 중국 및 독일업체 등과 경합 중이며, 지하철 1호선의 추가 물량인 전동차 210량 공급건도 상담을 진행 중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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