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초선 6인 '졸속 인사' 문책요구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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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동수(安東洙)전 법무부 장관 졸속 추천' 을 둘러싼 여권 내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태홍(金泰弘).정범구(鄭範九).정장선(鄭長善)의원 등 초선 여섯명은 24일 오후 성명을 내고 "법무장관 인사에 개입한 사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며 문책론을 공식 제기했다.

성명에서 초선 의원들은 인사정책의 실패가 '비공식 라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의 비선(□線)조직 척결을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본격화하면 여권의 권력투쟁으로 발전할 것" 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선의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초선들이 물꼬를 튼 이상 재선급 의원들도 당 쇄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논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자칫 동시다발로 반발이 터져나오게 생겼다.

초선 의원들의 성명은 불과 몇시간 전 최고위원 회의가 "인사 파문은 유감이지만 지금은 단합할 때다. 安전법무장관 추천자에 대한 문책론은 옳지 않다" 고 입장을 정리한 후 나왔다.

하지만 "당론에 배치되지 않느냐" 는 질문에 대해 초선 의원들은 "최고위원회가 당론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며 날을 세웠다.

정범구 의원은 "당과 정부를 위기에서 구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말했다. 이들이 정풍(整風)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민주당은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25일 중국을 가는 김중권(金重權)대표를 수행하려던 박상규(朴尙奎)총장과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일정을 취소했다. 朴총장은 24일 밤 이종걸.김태홍 의원을 만나 "여기서 더 나아가면 당을 파괴하는 것" 이라며 '자제' 를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초.재선 의원들을 계속 만나겠다" 고 말했다.

향후 상황은 변수가 많다. 성명을 낸 초선 의원들은 '비공식 라인' 의 실체를 적시하지 못했다. 단지 "이번 인사가 비선을 통해 이뤄졌다는 정황증거가 있다" 고만 말했다. 때문에 파괴력과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이들이 당내에서 특정인의 당무 간여를 반대하는데 한 목소리였다는 점 때문에 다른 쪽에선 '배후설' 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향후 파장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당내 세력이 얼마나 더 나오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동교동계 핵심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아침의 최고위원 회의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당에서 소화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 만큼 지도부에 맡겨달라" 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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