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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힌두교도는 노란색 배지 달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TV 방송이 금지된 유일한 나라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운동경기도 금지돼 있고 인물 사진을 찍거나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도 불법이다. 여성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취업도 못할 만큼 억압이 심하다.

이 모두가 1996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무장집단인 탈레반식 율법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교도에 대한 탄압은 더욱 극심하다.

지난 3월 세계 최대의 석불인 바미안 석불을 폭약으로 파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교도의 '우상' 파괴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번엔 힌두교도들을 이슬람 교도들과 구별하는 표식을 부착토록 했다.

모하메드 왈리 종교경찰장관은 지난 22일 "힌두교도는 반드시 엄지손가락 크기의 노란색 배지를 옷에 달고 다니도록 법안을 만들어 곧 시행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이슬람 사원에 참배하지 않는 사람들을 단속할 때 이교도인 힌두교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누가 이런 궤변을 받아들이겠는가.

국제사회는 이를 명백한 인권탄압으로 규정, 비난하고 있다.

유엔은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들에게 강제부착시켰던 다윗의 별 표식을 연상시킨다" 고 비난했다.

'수도자' 또는 '신학생' 이란 뜻을 가진 탈레반은 이 모든 것이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탈레반의 극단주의는 서방 국가는 물론 같은 이슬람권으로부터도 비난을 사고 있다. 이집트의 이슬람 지도자 나세르 와세르는 "이슬람은 본래 다른 종교.문화를 존중하는 종교" 라며 "탈레반의 과격성은 이슬람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자신들을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숭고한 수도자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행위를 전세계를 적으로 삼는 어리석은 행위로 보고 있다. 종교적 극단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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