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아이비리그 캠퍼스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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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거대한 인도의 대학 교육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하버드·예일 등 글로벌 명문 대학들은 이미 인도 진출 채비를 마치는 등 본격적인 공략에 들어갔다.

AFP통신은 26일 “해외 대학이 인도에 캠퍼스를 설립하도록 허용하는 ‘해외교육기관법’이 다음 달 의회에서 표결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주 해외교육기관법을 의회에 상정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끌고 가기 위해선 인도의 대학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법안 승인 배경을 밝혔다.

야권에선 비싼 수업료 등을 이유로 반대하나 의석수에서 밀려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이에 따라 하버드·브라운·옥스퍼드대 등 영미권 일류 대학들은 인도 대학 등과 합작·제휴 없이도 독자 진출이 가능해지며 학위 과정도 개설할 수 있다. 그간 외국 학교들은 단기 직업·기술 훈련 과정만 설치할 수 있었다.

◆미 아이비리그 군침=인도 현지 신문들에 따르면 미국·유럽·호주의 50여 개 대학이 진출을 타진 중이다.

비노드 미찬다니 호주 멜버른대 인도 사무소장은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 중”이라며 “인도는 호주의 대학들에 아주 중요한 시장으로 해외 캠퍼스 이상 급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뿐 아니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GMAT)을 관장하는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려 한다. GMAT 시험 응시자 중 인도 학생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 GMAT 응시자 26만5000명 중 8%인 2만1000여 명이 인도 학생들이었다. 따라서 외국 대학의 현지 캠퍼스가 생겨나면 인도 내 GMAT 응시자는 급증할 거라는 게 GMAC 측 전망이다.

아이비리그를 비롯, 미 명문대들도 인도 정부에 진출을 타진 중이나 한편으론 신중하다.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카네기멜론대는 펀자브주 정부와 국제대학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장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정보시스템 관련 조언 역할에 머물기로 했다. 뉴욕 컬럼비아대도 최근 뭄바이에 연구·지역협력 국제센터를 개설했지만 캠퍼스 설립 여부는 재정상태를 감안,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세계 500위권 대학 2곳뿐=카필 시발 인도 교육장관은 24일 “고등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 향후 10년간 800~1000개 대학이 새로 설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AFP에 따르면 11억5000만 명인 인도 인구 중 3분의 1이 14세 이하다. 게다가 인도 경제가 연평균 9%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산층이 급증해 교육 수요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 대학들이 볼 때 인도의 교육 인프라는 열악한 게 현실이다. 인도 특유의 교직을 홀대하는 문화적 요인에다, 해외 문물의 대량 유입으로 인한 계층 갈등 우려로 외국 대학에 비우호적이다. 자국 교육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진입 장벽도 만만치 않게 높다. 그런데도 인도 국내 대학들의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델리의 컨설팅업체 테크노팍은 “종합대의 90%, 단과대의 60%가 설치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로 인해 해마다 16만 명에 이르는 학생이 학업을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세계 500위권에 드는 대학이 뭄바이대 등 단 2곳에 불과해 고도 경제성장을 견인해줄 고급 인재 양성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타임스는 “해외 대학 유치로 연간 해외로 송금되는 교육비 가운데 75억 달러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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