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한의사 강영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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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의원과 한약방.약재상.탕제원이 몰려 있는 대구 남성동 약전골목.

3백44년의 역사가 이어져내려 지금은 약령시축제가 열리는 거리다.

강영우(姜永佑.39)한의원장. 2대째 이 골목을 지키는 姜원장은 약령시를 대구의 새로운 '문화상품' 으로 키우려는 신세대다.

약령시와 그의 인연은 사실 3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유명했던 정한의원이 아버지 강영호(67.강한약방 대표)씨의 외삼촌(정규만)이 운영하던 곳.

강영호씨도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약재' 를 배워 결혼과 동시에 성주서 개업했다가 10여년 만인 1972년부터 약전골목을 지키고 있다.

영우씨도 자연스레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태어날 때부터 한약 달이는 냄새를 맡고 한약재를 썰거나 볶는 것을 보며 자랐다. 약재를 썰며 손가락을 벤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던 데다 한의사가 되면 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는 성적이 안돼 원치 않던 공대에 진학했지만 몇개월 만에 휴학하고 재수 끝에 경산대 한의학과에 진학했다. 졸업뒤 1년간 인턴과정을 거쳐 아버지 가게에서 한집 건너 개업한 게 89년.

환자를 돌보면서도 그의 관심은 약령시축제에 쏠렸다. 한의사로 구성된 '약령시 발전연구회' 의 실무를 맡고 무료진료에 나섰다.

하지만 다른 한의사들은 소극적이었다. 축제준비에 일손을 뺏기고 무료진료로 수입이 줄기 때문이었다. 지난해는 한의사 1명을 고용, 전문적으로 무료진료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신이 무료진료팀장을 맡은 올해는 규모를 키웠다. 경산대 한의과 의사 3명과 간호사 5명에게 무료진료를 전담토록 한 것. "축제라고는 하지만 실제 관광객이 즐길 만한 게 없지 않느냐" 는 판단에서였다. 영우씨는 무료진료팀을 운영하면서 경산대 총동창회 부회장이란 직함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약령시축제가 아직 미흡하다고 솔직히 인정한다. 대구시나 중구의 지원없이 준비위원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진행되는 축제여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당장은 집집마다 비방(秘方)으로 만든 우황청심환.소화제 등을 싸게 팔고 건강강좌.무료진료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차장 등 교통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그는 3년 전부터 한달에 한번 노숙자 쉼터를 찾는다. 하루종일 노숙자에게 침.뜸을 놓고 물리치료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되곤 하지만 끝까지 이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7~8년 약국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95년부터 약령시수출입조합의 책임약사인 아내 이미경(李美京.36)씨가 이런 일을 하는데 힘이 돼준다.

그는 딸(초등3)과 아들(초등1)도 모두 한의사로 키울 작정이다. 이미 딸은 아버지의 욕심을 알아챈 듯 약사가 되겠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말. "약전골목은 한의사 등이 하나 둘 떠나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옛 명성을 지키고 약령시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대 물림이 필요합니다. "

황선윤 기자

◇ 약력

▶1963년 경북 성주출생

▶82년 대구 영신고 졸업

▶88년 경산대 한의학과 졸업

▶93~97년 경산대 보건학 석.박사

▶97~98년 경산대 예방의학 외래강사

▶96~현재 대구한의사회 대의원총회 부의장

▶97~현재 대구시 중구한의사회 부회장

▶2001년 대한보건협회 대구.경북지부 이사, 경산대 총동창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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