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정상화 해법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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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의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의사당으로 향하는 진입로의 화살 표시도 절름발이 모양새다. 여야의 대립과 충돌로 기능이 마비된 국회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김형수 기자

정기국회는 2일도 공전됐다. 대정부질문 첫날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파행된 지 엿새째다. 일손을 놓은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파행의 원인 제공자랄 수 있는 이 총리가 본회의장에서 입장을 표명토록 하는 방안을 한나라당에 제시했다.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등원할 경우 이 총리가 국민에게 국회 파행을 불러온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게 될 것"이라며 "이 총리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몰아세운 것부터 사과하라"던 이 총리 주장과 이에 동조하는 당내 목소리에 눌려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파행 이후 처음으로 협상 카드를 만들어 야당 측에 제안한 셈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로선 2005년도 예산안 심사, 4대 법안 처리 등 산적한 정기국회 사안을 앞두고 국회가 공전되는 것이 부담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파행 기간에 한나라당의 정부.여당 공격이 부당했다는 점도 충분히 국민에게 알린 것 같다"며 "미 대선 결과가 나오는 3일 이후 본격적인 여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유감 또는 사과 표명만으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의 상황으로 판단하자면 어렵게 보인다. 한나라당이 "사과로 끝날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가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경필 의원 등 원내부대표단은 의총 후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총리에 대한 파면 요구서를 전달했다. 한나라당 측 한 참석자는 문 수석이 "한나라당이 민생을 걱정하고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면 좌파 공세를 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수석은 "국회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국회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 총리 파면 촉구 결의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별 시국토론회 개최 등 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총에선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조만간 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 당당하게 표결처리한 뒤 국회에 복귀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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