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신문법안' 비교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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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에 이어 한나라당이 독자적인 신문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 당 언론발전특위에서 신문법안('신문 등 언론자유에 관한 법률안')의 윤곽을 확정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의원총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명칭을 제외하고도 지난달 15일 발표된 열린우리당 안('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내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된 조항을 제외했고, 규제의 경우 선진국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 신문시장 규제 놓고 이견=먼저 발표된 열린우리당 안에 따르면 1개 신문사가 30%, 3개 신문사가 60% 이상 시장을 차지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이 경우 점유율을 강제로 낮춰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집중 감시'대상이 된다. 강자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시장질서를 해쳤다고 판단되면 과징금 등이 부과되고, 불법행위 여부에 관계없이 신문발전기금 혜택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은 다르다. 특정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인수.합병해 점유율이 30%를 넘게 될 때를 제외하고 자연적으로 늘어난 점유율은 문제삼을 수 없게 했다. 합병 뒤 신문을 잘 만들어 점유율이 30%를 넘는 경우도 괜찮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과 유사하다.

점유율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중앙일간지를 따로 떼내 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 기준을 경제지.지방지를 포함한 모든 일간지로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달 초 발간한 '2004/2005 한국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중앙.조선.동아 3개사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11개 중앙일간지의 69%를 차지했다. 하지만 자산 70억원 이상의 지방지(14개사)만 포함해도 비율은 59.9%로 떨어진다. 다른 지방지와 경제지까지 집어넣으면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보는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다. 열린우리당 안은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 자체를 금지했으나, 한나라당은 매체 겸영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들어 일정 부분 규제를 풀도록 했다. 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글로벌'기준을 고려한 점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정부 개입 놓고 뚜렷한 시각차=열린우리당 법안은 신문사가 영업보고서 등 경영현황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했다. 또 편집규약을 제정해 편집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할 뿐 아니라 독자들로 구성된 권익위원회도 만들도록 했다. 광고물량 역시 지면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조항들이 근본적으로 언론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제외했다. 편집규약 제정과 위원회 운영 등은 철저히 신문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단국대 법대 문재완 교수는 " 언론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대원칙에서 출발한다"며 "여야의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이런 소중한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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