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승중 인성교육 실험 "수업시간이 짧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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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이런 사람 어디 없소' 시간이 재미 있었어요. 누가 왼손잡이고,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친구들 특징을 금방 알고 친해지게 됐거든요.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아쉬워요. "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장승중학교 1학년 2반의 재량활동시간. 학기 초부터 주 1회씩 진행된 7주짜리 인성교육 프로그램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의 마지막 수업을 맞아 문재현(13)양이 학습내용을 평가하고 있었다.

교과서도, 시험도 없는 수업이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발표에 적극적이다. 그동안의 수업이 5~6명씩 모둠을 지어 친구 특징 찾기, 칭찬하기, 동네 지도 그리기 등 급우들과 친해지는 활동이 중심이었던 덕분이다.

이강현(13)군은 " '친구 칭찬하기' 시간이 제일 좋았다" 면서 "처음에는 칭찬하기가 쑥스러웠는데, 남을 칭찬할 줄 알아야 나도 칭찬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고 말했다.

장승중학교의 이같은 수업은 청소년 교육 관련 시민단체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 (이사장 강원룡)(http://www.eduko.co.kr)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센터측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시형)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토대로 상담훈련을 받은 8명의 자원봉사자를 장승중에 파견했다.

강사들은 학급당 2인1조로 개별 지도에 나서서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모둠별 수업의 집중도를 높였다. 수업을 진행한 최현자(56.전직 교사)씨는 "중학생이 된 딸아이를 보며 학교에서 겪는 문제를 교과수업 시간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며 "14년만에 교단에 다시 선 기쁨을 느낀다" 고 말했다.

장승중 김유한 교장은 "올해부터 1학년에 새로 생긴 재량활동 시간의 활용방법을 고민하다 인성교육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면서 "친구들과 마음을 열고, 발표력을 높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고 말했다.

장승중은 1학기 나머지 시간에 자체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지도, 스트레스 대처, 금연과 폭력예방, 친구와 갈등해결법 등 프로그램을 학기별로 6~10시간씩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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