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조절·건강검진 '장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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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오래 살려면 어떤 생활습관을 지녀야할까. 세계적 학술잡지인 저널오브에피데미올로지는 최근 생활습관과 사망률과의 관계를 밝힌 주목할 만한 논문을 실었다.

일본 군마(群馬)의대 오타 아키코 교수팀의 대규모 역학조사결과다. 군마현에 사는 40~69세 성인 1만1천여명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5년 동안 3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때까지 개인별 생활습관과 사망률을 추적조사한 것.

이에 따르면 장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강요인은 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바람직한 체중은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22~25로 키가 1백70㎝라면 63.6~72.3㎏에 해당된다. 체형으로 보면 약간 통통한 편이다.

이들은 체질량지수 19(1백70㎝의 키에 54.9㎏)이하인 경우보다 사망률이 남성의 경우 52%, 여성의 경우 72%나 낮았다.

같은 시기 같은 조건이라면 체질량지수 19 이하의 마른 사람이 1백명 사망한다면 체질량지수 22~25의 통통한 사람은 남성은 48명, 여성은 28명만 사망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30대를 국한시켜 볼 때는 마른 것이 뚱뚱하거나 정상체중보다 좋은 것으로 나왔다. 마른 편이 뚱뚱한 경우보다 사망률이 남성의 경우 2.4배, 여성의 경우 2.7배나 낮다는 것이다.

오래 살려면 30대엔 약간 말랐다가 40대 이후엔 조금 살이 찌는 타입이 가장 좋다는 결론.

체중관리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은 정기검진의 유무였다. 조사 당시 최근 3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5년 후 사망률이 51%나 감소했다.

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성인병 조기발견을 위해선 최소 3년을 주기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잠을 오래 자는 것은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7~8시간 자는 사람보다 남성의 경우 50%, 여성의 경우 45%나 사망률이 증가했다.

남성과 여성간 서로 상반되는 결과도 나왔다.

아침 거르기와 군것질이 여성의 경우 사망률을 각각 25%, 30% 떨어뜨렸지만 남성은 18%, 41%로 높아졌다.

아침 거르기와 군것질이 남성에게 특히 해로운 생활습관이란 것. 흡연은 그 양에 따라 5~50%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지만 술은 하루 한두잔 정도 가볍게 마실 경우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조건도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 결혼한 사람은 미혼보다, 대졸 이상의 학력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18~26% 낮았다.

직업은 남녀 공히 월급을 받는 임금 종사자가 가장 나빴다. 임금 종사자의 사망률은 자영업자에 비해 25~37%, 농업에 비해 36~50%나 높았으며 무직자에 비해서도 40~43% 높았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생활환경과 인종간 유전적 차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이라며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온 금연이나 운동보다 체중관리나 건강검진이 오래 사는데 중요한 요소로 밝혀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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