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KIST' 알림이 장재중 대외협력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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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장재중(張在重.54)대외협력실장은 국내외에서 '과학기술 대사' 로 통한다.

張실장이 우리나라 간판 연구소인 KIST에서 지금까지 만 30년간 홍보 외길을 걸어오는 동안 연구소 방문자 가운데 그의 브리핑을 받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는 방문자들의 의중을 재빨리 읽어 절제된 바리톤 음성과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속시원하게 답변하곤 했다. 외국 국가원수급이든 국내 코흘리개든간에 방문자들에게 KIST와 한국 과학기술의 좋은 이미지를 깊게 심어줬다.

1971년 5월 KIST 섭외과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에겐 언론 홍보와 방문자 의전 업무가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해외 연구기관을 방문했을 때 맨처음 만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업무 담당자이며, 그들이 그 기관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 이후로는 자신을 갈고 닦는 데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張실장은 "거울을 보며 배우처럼 표정과 말투를 가다듬었으며, 국제 홍보에 결정적인 어학실력을 쌓기 위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어와 일어를 공부했다" 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경력도 큰 밑천이 됐다.

현재 그의 영어.일어 실력은 웬만한 통역사 못지 않다. 10여년간 KIST 입사 영어시험도 출제했다. 그가 낸 문제는 유학파들에게도 어렵기로 소문나 원성을 사기도 했다.

張실장은 그동안 초대 최형섭 박사 등 원장 15명을 보좌해 왔다. 그의 손을 거쳐 배포된 보도자료는 약 2만건에 이른다.

"최근 미 하버드대에서 만난 30대 한국인 교수가 어린 시절 KIST를 방문했을 때 감동을 받아 과학자가 됐다는 말을 듣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유엔 산하 국제기구 등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KIST와 더불어 30년을 보내고 있는 이유인 듯하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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