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라톤 '부창부수'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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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나의 길동무가 우승을 한 거예요. 얼마나 기쁜지, 막 눈물이 흘러나오더라고요. "

북한 마라톤의 여왕 정성옥(27)에게 경사가 겹쳤다. 두달 전 결혼한 데 이어 남편 김중원(28)이 지난 4월 15일 평양 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1분48초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가장 뜻깊은 결혼선물을 받은 셈이다.

북한의 마라톤 커플 정성옥-김중원의 결혼식은 지난 3월 21일 북한주민들의 커다란 관심 속에 치러졌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이들에게 축하의 뜻으로 '결혼상(床)' 을 보냈으며 중앙방송도 이들의 결혼을 신속히 보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최근호(4월 23일)에서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교제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성옥과 김중원의 첫 만남은 1995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할 국가대표팀에 두 사람 모두 선발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올림픽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크게 실망한 둘은 서로를 위로하면서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마라톤 선수로서 힘을 주고받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고 조선신보는 전한다.

정성옥이 그의 운명을 바꾼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99년 8월 평양을 떠나기 전날, 金은 애인에게 평소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를 주었다. 그는 "경기 도중 힘들 때 이 시계를 보면서 내 모습을 그려 보라" 고 격려했다.

이 대회에서 뜻밖의 우승을 차지한 정성옥은 일약 '공화국 영웅' 으로 부상했다. 金위원장은 그에게 70평형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를 제공하고 기념주화도 만들도록 하는 등 최고대우를 해주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 사이의 위기는 이 때 찾아왔다. 이미 둘의 관계를 눈치챈 육상관계자들과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정성옥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으니 결국 더 높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느냐" 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성옥은 인터뷰에서 "돌아가는 소리에 반론을 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우리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맺어졌으니 사랑은 변치 않았다" 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이들은 2년 가까운 기간의 온갖 억측과 소문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혼을해 '영원한 길동무' 임을 주위에 과시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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