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인 뉴스 <87> 인터넷 무료 법률 상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예상치 못한 소장이 집에 배달됐을 때, 가족 간에 유산 다툼이 생겼을 때, 이혼을 고민할 때, 빚에 시달려 파산 신청을 생각할 때 등… . 살다 보면 법률에 관한 도움이 급히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법률은 너무 어렵게 다가옵니다. 수임료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집니다. 이런 분들이 간단히 자문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법률 상담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법률상담의 현황과 활용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최선욱 기자

재판서 이길 수 있을까? 결과 예측 사이트도 있답니다

지난해 여름 인터넷 법률상담 답변 순위 1위인 안진영 변호사(36·법무법인 아시아)에게 e-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성매매를 대가로 선불금을 받은 뒤 도망 다니고 있는 여성 A씨가 보낸 메일이었다.

앞서 그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법률 상담 코너에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돈이 급해 성매매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그 뒤 숨어살고 있는데 자꾸 업자가 협박전화를 걸어 온다”는 내용이었다. 안 변호사가 답변을 달았다. 그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미리 받은 돈은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돼 이를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며 상담을 시작했다.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성매매 업자들은 폭력 조직과 연계될 수 있어 신고하려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덧붙였다. 또 “버는 돈이 적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그 노력에 대한 보답이 올 것”이라는 인생 조언도 곁들였다.

용기를 얻은 A씨가 감사의 e-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방황하는 나에게 용기를 줘 고맙다”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앞으로는 평범한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인터넷 법률 상담이 실제 사건 수임으로 이어진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면서도 “법률 상담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인터넷에 답변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민원인들이 자신의 고충을 인터넷에 올리면 변호사들이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사진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 장면. [중앙포토]

젊은 변호사들 중심으로 인터넷 정보 신뢰도 높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4월부터 네이버 운영사인 (주)NHN과 협약을 맺고 법률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달까지 올라온 총 유효질문은 1만7886건. 이 가운데 87.6%에 해당하는 1만5676건의 답변을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올렸다.

NHN 홍보팀 류한나 과장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욕구가 ‘많은 정보’에서 ‘정확한 정보’로 바뀌고 있는 요즘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의 활동이 사이트의 신뢰도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NHN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연간 약 3억원의 기부금을 서울변호사회에 내고 있다. 참가하는 변호사들은 봉사활동 경력을 인정받는다. 이용자가 직접 부담하는 돈은 없다.

법률상담서비스에 참가하는 변호사는 모두 328명이다. 10년차 이하의 젊은 변호사들이 주축이다. 답변 수가 가장 많은 안 변호사(1770건)를 비롯해 상위 10명이 올린 답변 비율은 57. 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차장검사 출신의 이삼(52·연수원 13기) 변호사도 답변수 순위 8위(386건)를 달리고 있다.

분야별 전문 답변

법률 상담은 교통사고·이혼·파산·지적재산권·부동산 등 10여 개 분야별로 나눠서 이뤄진다. 상담 참가 변호사들이 영역별로 2~3개의 전문 분야를 맡는다. 이 가운데 가사·이혼분야 상담이 약 40%를 차지한다. 상속 관련 문의를 주로 맡는 정상수(34·법무법인 우리) 변호사와 이혼 문의를 주로 답하는 류창용(36·정암) 변호사도 각각 답변수 1589, 1470건을 올리며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건축 관련 답변이 약 20%, 형사사건 답변은 15%를 이룬다. 콘텐트 불법 업로드 관련 문제 등을 상담하는 지적재산권 상담은 약 10%다.

네이버 지식iN서비스(kin.naver.com)에 들어가 ‘변호사에게 질문’ 난을 클릭하면 서울변호사회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건 주체가 본인인지 제3자인지, 또 질문자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를 밝히고 자신의 나이와 직업을 표시한 뒤 질문하면 맞춤형 답변을 얻기 쉽다. 물론 아무런 개인 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질문할 수 있다. 작성된 질문은 분야별 담당변호사에게 전달된다. 답변은 약 1주일 안에 등록되는 게 보통이다.

서울변호사회 윤연수 사업이사는 “인터넷에 잘못된 법률 정보가 질서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막고 일반 시민들에게 정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 목적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NHN에서 받은 기부금 또한 변호사회의 인권 활동 등 공익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답변을 얻으려면

이달까지 올라온 19만4000여 건의 질문 가운데 유효 질문은 1만7000여 건에 그친다. 변호사들은 “상담자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감한 질문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황한 나머지 억울함과 두려움만 호소하면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은 찾을 수 있어도 실질적인 법률 도움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말하는 좋은 답변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변호사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질문하기’다. 소송에 휘말리거나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를 받은 사람은 급한 마음에 질문을 앞뒤 없이 올리기 쉽다. 그럴수록 간결한 문체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로 전달되는 만큼 적절한 줄 바꾸기로 질문을 읽는 변호사의 눈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조건은 6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다. 변호사의 상담을 구하는 사람들은 하소연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정작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변호사에게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6하 원칙, 즉 자신이 어려움에 놓이게 된 과정에 대해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심 내용과 상관 없는 것까지 다 설명하다 보면 질문이 너무 길어져 변호사가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고, 이 때문에 원하는 답변을 얻기 어려워진다.

셋째는 기존에 올라온 물음과 답변을 충분히 읽은 뒤에 질문하는 것이다. 앞서 질문을 올린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주면 빠르고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상담에 참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기존 답변을 읽어보고 질문한 사람들에 대해선 ‘그동안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성의 있게 답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사건 해결을 위한 절차가 아닌 결과만을 물어볼 때에도 좋은 답변을 얻기 어렵다. 가령 "영화를 인터넷에 올리다 고소됐는데 저 구속되나요?”라든지 "술 마시고 싸우다 상대방 뺨을 때렸는데 합의금은 얼마나 줘야 하나요?” 같은 유의 질문은 변호사들을 난감하게 만들어 답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변호사들은 마지막으로 “고운 말을 써달라”고 네티즌에게 부탁한다. 업무 보는 시간을 쪼개 상담에 참여하는 만큼 욕설이나 장난 섞인 질문에까지 답변을 올린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만여 건의 질문 가운데 유효질문으로 분류되는 게 10%에도 못 미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다양한 법률상담 사이트

네이버 지식iN 법률상담 외에도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관련 사이트나 기관이 여럿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www.klac.or.kr)이 대표적이다. 구조공단은 법률 지식이 부족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1987년 설립됐다.

공단에서는 전화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준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경우 네티즌들의 상담이 너무 많아 하루 170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법률방송에서는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생방송 무료법률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의 법률 상담을 맡고 있다. 변호사, 법무부 및 한국소비자원 등의 전문가들이 답변을 해준다.

최근에는 가상 판결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법률포털 로시티(www.lawcity.co.kr)에서는 이용자의 상황과 비슷한 판례를 찾아준다. 이를 통해 자신의 판결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승소 가능성에 대한 상담도 무료로 제공된다.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로시콤법률구조재단(foundation.lawsee.com) 역시 무료 인터넷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올리면 재단 소속 변호사들이 1주일 이내로 답변을 보내준다.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 인권 문제와 관련된 법률상담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도 제공해 준다. 매주 월요일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변호사와 15분간 직접 면담이 가능하다. 10일 전에 전화(02-2263-6464~5)로 예약하면 된다. 면담이 불편한 경우에는 e-메일(counsel@hotline.or.kr) 상담도 가능하다. 여성가족부에서 개설한 위민넷(www.women.go.kr)에서도 한국가정법률사무소 등과 연계해 여성문제 관련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