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국민 보고대회’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4대 강 사업을 두고 종교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가 각 종교 신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천주교 김운회 주교의 춘천교구장 착좌식(취임식)에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직접 축하 사절로 보냈다. 이 대통령과 30여 년을 함께 해와 최측근으로 인정받는 김 기획관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대통령이 천주교 교구장의 착좌식에 사람을 보내 축하 메시지를 낭독하게 한 건 아주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수원교구장 착좌식 때는 축전만 보냈었다.
정치권에선 “정부와 긴장관계에 놓인 천주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12일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종교계의 반발 기류를 이끌었다. 김 교구장은 반대 선언문 발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주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모두의 소임”이라면서도 “환경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되살아난 자연을 골고루 누리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란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천주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가회(청와대 가톨릭 신우회)’가 31일께 발족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청가회가 천주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의 경우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매달 정기법회를 봉행하기로 하는 등 불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백성호·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