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의 현대호 앞날은…] 1. MH 장고속 긴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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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가(現代家)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18일 주주총회를 계기로 사실상 둥지를 떠난다.

현대전자는 6월 말까지 계열분리되고, 현대투신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도 외자유치 협상이 끝나는 대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경영권을 넘기는 수순을 밟게 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등 대북사업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그룹의 앞날은 이래저래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건설 분가를 계기로 현대가 겪고 있는 변화의 양상과 과제를 정리한다.

현대그룹의 오너인 정몽헌(鄭夢憲.53) 현대아산 회장은 고(故)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장례를 치른 후 두달 가까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측 조문사절에 대한 답례와 대북사업 협의를 위해 잠시 평양을 다녀왔을 뿐 공식 석상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대북사업 등 그룹의 여러 현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계열사 사장들이 답답할 정도" 라고 말했다.

鄭회장은 침묵을 지키면서도 계열사 경영은 열심히 챙기고 있다. 장례식 이후 부활시킨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매달 셋째주 화요일에 주재하고 있다.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는 "현대건설은 5월 18일 주주총회를 계기로 새 체제가 들어서고, 현대전자는 상반기 중 계열분리 될 것" 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지난 15일 열린 5월 사장단회의에선 "계열사끼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하자" 며 단합을 강조하는 등 그룹을 챙기려는 의지가 엿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주로 해외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鄭회장이 요즘 부쩍 지쳐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현대건설.금강산사업 등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데다 명예회장의 타계까지 겹쳐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고 말했다.

현대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잃더라도 새로운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그룹 지배력에는 이상이 없다" 며 "건설을 잃더라도 나머지 계열사들을 추슬러 새로운 수입원 찾기에 나서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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