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과서 왜곡 수정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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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역사 왜곡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측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등 8개 일본 출판사가 검정통과 후 중학교 역사, 공민 교과서를 고친 것은 역사왜곡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후소샤 역사교과서의 경우 잘못된 제목을 고치거나 오해를 부른 내용을 빼기도 해 문부과학성의 검정심사가 자신들의 주장만큼 정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정을 승인한 문부과학성은 "오기(誤記)를 고치거나 그림에 원색을 넣는 등 기술적인 부분이 대부분" 이라며 "한국.중국의 수정요구가 있기 전부터 출판사들이 자율적으로 고치려고 했던 것으로 한국.중국의 재수정 요구와는 관계가 없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소샤는 일본이 1874년 대만 점령사건을 '대만의 전쟁(役)' 에서 '대만 출병' 으로 고쳤다. 교과서 역사왜곡을 비난해온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東京)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들은 "대만 전쟁이란 표현이 부적절하다" 며 수정을 요구해왔었다.

후소샤는 또 최근 날조가 확인된 미야기(宮城)현 가미다카모리(上高森)유적부분도 "학습상 장애가 될 수 있다" 며 삭제했다. 검정통과본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원형석기의 사진과 함께 "약 6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는 설명이 실려있었다.

이와 함께 '세계대전 시기와 일본' 부분에서는 '일본이 선전포고를 하는 장면을 전달한 신문사진' 이 빠지고 '전쟁 후 복구에 힘쓰는 도쿄의 긴자(銀座)거리를 묘사한 그림' 으로 대체됐다. 이는 일본의 부정적인 모습을 삭제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이 후소샤가 '자율형식' 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 한데 대해 한국.중국측은 배경을 놓고 조사에 나서는 한편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한국.중국 정부의 재수정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출판사에 대해 자율적으로 고치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 고 말했다.

다카모리 아키노리(高森明勅) '새역모'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재수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지만 문부과학성이 요구하면 후소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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