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의 오랜 친구인 오명식 EG 상임고문은 1일 "두 사람이 최근 양가의 허락을 얻어 오는 12월 14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신부가 될 서씨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부산 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사법시험(41회)에 합격해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새빛법률사무소의 변호사 겸 새빛회계법인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두달여간 교제하며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다. 박 전 대통령의 기일(10월 26일)에 서씨가 먼저 박 회장의 누나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신랑 쪽 가족에게 선을 보였고, 이어 지난달 29일엔 박 회장이 부산에 사는 서씨의 부모를 찾아뵙고 결혼 승낙을 받았다. 아직 양가 가족 간의 상견례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잘 알려진 사람과 결혼하는 게 부담이 되긴 한다. 하지만 오빠(서씨는 박 회장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쓴다)를 많이 좋아하니까 다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부모님도 처음엔 우려를 하셨지만 오빠를 직접 만나보시고는 '참 어진 사람이다. 잘 살아라'라고 축복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측근들에게 "(서씨가) 지혜롭고 사리 판단이 분명한 여자다. 자기 일에 대한 정열과 소신이 매력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서씨가 평범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 1남3녀 중 장녀여서 결혼 후 처가 쪽 식구들을 많이 얻게 된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들어했다는 후문이다. 주변에선 "서씨는 맡은 일에 충실하며 매사 당당하고 야무진 커리어 우먼의 전형"이라고 평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사회적으로도 우여곡절을 겪어온 박 회장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지인들은 그동안 결혼을 적극 권유해왔는데, 박 회장은 "드디어 좋은 사람을 만나 걱정해주신 많은 분께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서씨는 서울에서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결혼 후엔 박 회장의 서울 집에서 신혼 살림을 꾸릴 예정이다. 측근들은 "결혼한 뒤에도 박 회장과 서씨는 각자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자녀도 가능한 한 빨리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중앙고와 육군사관학교(37기)를 졸업하고 대위로 예편한 박 회장은 91년 정보통신기기 부품의 원료인 산화철을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인 삼양산업을 인수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96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0년 코스닥 등록과 함께 회사명을 EG로 바꿨다.
박 회장은 95년부터 해마다 회사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충남 금산군 일대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해 왔는데, 최근엔 아름다운재단에 농어촌 청소년들의 온라인 교육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