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숀 코너리 주연 '파인딩 포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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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스스로 게이임을 밝힌 소수자여서인지 그의 영화에는 소외된 자에 대한 애정이 유난하다. '아이다호' 에서 고향 아이다호를 갈망하는 반항적인 남창 마이크(리버 피닉스)를 그려낸 것과 '굿 윌 헌팅' 에서 천재성을 가진 MIT의 청소부 윌 헌팅(맷 데이먼)에게 보낸 따뜻한 시선을 보낸 것은 서로 맥이 닿는다.

'파인딩 포레스터'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진 감독의 색깔이 진하게 투영된 영화다.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주제로 한 것이나 가난한 젊은이의 숨은 천재성을 간파한 이를 양지로 끌어낸다는 설정은 '굿 윌 헌팅' 과 아주 닮았지만 또 다른 성격의 인물과 설정으로 건져올리는 감동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역량을 재확인시킨다.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극적 구성력이 돋보인다.

세상에 미련이 없는 남자 포레스터(숀 코너리). 한때 문호란 소릴 듣기도 한 그는 퓰리처상을 받은 후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흑인 거주지에서 고독한 은둔생활을 즐긴다.

세상에 막 눈을 뜨는 흑인 소년 월러스(롭 브라운). 길거리 농구를 즐기다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는 포레스터에게 관심을 가진다. 마침내 그들이 조우하는 사건의 뒤에는 새로운 신화가 기다리고 있다.

시나리오를 본 후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바라볼 수 있으리란 욕심을 갖고 영화에 참여했다는 숀 코너리는 '장미의 이름' '언터처블' '인디애나 존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쌓은 경륜을 한껏 녹여낸다.

때론 괴팍하지만 소년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고집불통 작가의 심리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월러스 역의 롭 브라운은 오디션을 통해 뽑힌 신인 배우로 이 영화를 통해 덴젤 워싱턴을 뛰어넘을 신예라는 찬사를 들었다.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 에서 열 두살 나이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냈던 안나 파킨이 월러스의 여자 친구로 출연한다.

포레스터와 월러스의 대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 차분할 것만 같은 영화는 농구 특기생인 월러스의 활기찬 플레이로 생기를 얻는다. 학생들의 경기지만 박진감이 넘친다. 작가 포레스터와 그를 능가하는 지식을 갖춘 월러스가 구사하는 대사들도 조목조목 새겨볼 만한 대목이 많아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전편에 깔리는 음악이 매혹적인데 마일스 데이비스.오넷 콜먼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의 곡들이 선곡됐다.

폭력물이나 특수효과를 이용한 영화가 넘쳐나는 가운데 모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휴먼드라마란 점이 반갑기도 하지만 '굿 윌 헌팅' 의 잔영이 머리에 계속 남는 것은 영화의 약점이 될 듯하다. 26일 개봉.

신용호 기자

NOTE '위대한 인간은 고독하다. 그것은 우울한 진실' (찰스 디킨스), '인간은 유일하게 수줍어 하는 동물이다' (마크 트웨인).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들 속에서 참 오랜만에 새겨보는 구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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