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규제완화 논란] 재계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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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주 이후 규제 완화 문제를 제기해 온 재계는 요즘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재계의 요구가 정치권에서 쟁점화하면서 여야간의 공방을 넘어 보수.진보 세력간의 친(親)재벌.반(反)재벌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같은 사태 진전이 전혀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당초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배경은 올 들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경제난의 타개책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수출과 투자 부진의 원인이 경직된 규제에 있다고 보고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지 금융이 제한돼 최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을 하다 보면 해외 현지법인이 외상 판매 등으로 일시에 많은 차입금이 필요한 경우가 흔한데, 상호지급보증 해소 규정에 걸려 보증에 필요한 돈을 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기업의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반전된 것도 규제가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순환 출자를 막는다며 부활시킨 출자총액 제한제로 인해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출자총액 한도를 맞추려면 그나마 그동안 투자해 둔 기업의 주식도 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이런 점을 들어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방법상 개선점을 찾자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규제 완화 요구는 1998년 정.재계가 합의했던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등 '5+3'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며 "불합리한 내용을 다소 완화하거나 보완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달라는 취지" 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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