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잠룡' 조한승 드디어 용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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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소문 안난 강자' 조한승4단(18.사진)이 '신인왕' 에 오름으로써 드디어 진면목을 드러냈다. 조4단은 11일 1대0으로 리드한 가운데 벌어진 11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2국에서 '10대 트로이카' 의 한사람인 원성진3단을 1백15수 만에 불계로 물리쳐 2대0으로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날 대국에서 조4단은 특유의 두터움으로 원3단의 실리전법에 대항하다가 중앙 대마를 공격하여 승세를 굳혔다. 조4단은 바둑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세돌3단과 입단 동기생(1995년)으로 불과 만 11세에 프로가 되어 처음엔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세돌3단의 화려한 질주에 비하면 잠잠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활약을 보여왔고 어느덧 후배들인 10대 트로이카(최철한.원성진.박영훈)에게 추월당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세돌의 활약과 주변 환경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승률이 급상승세를 보이더니 기어이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17승4패로 승률2위, 다승3위에 올라있는 조4단은 실리보다 두터움을 중시하는 취향에다 중앙전에 강한 공격적인 기풍을 갖고 있어 유창혁9단과 비슷한 이미지의 바둑으로 분류되고 있다.

유9단이 과거 '바둑의 질(質)로는 최고' 라는 평가를 받았듯 조4단 역시 프로들의 세계에선 대성의 자질을 갖춘 '잠룡(潛龍)' 으로 일찍부터 인정받아 온 것이다.

1982년 11월 서울 출생으로 3남중 막내. 한국기원 '3장(三長)' 의 한명으로 꼽힐 정도로 키가 후리후리하고 이목이 준수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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