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관에 부쩍 공들이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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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지난해 말 지하 1층 식품관 규모를 종전 4200㎡(1270여 평)에서 6600㎡(2000평)로 넓혔다. 공사비용은 143억원이 들었다. 고객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통로를 넓히고 매장 밝기도 20% 이상 높였다. 매장은 ‘체험형 식품관’이란 컨셉트로 꾸몄다. 매장 곳곳에서 고객들이 셰프나 바리스타 등 식·음료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도 50억원가량을 들여 4950㎡(1500평) 규모의 식품관 전체를 새로 꾸몄다.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는 서울 강남의 청담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의 유명 레스토랑을 본떠 고급스럽게 장식했다. 생수와 물티슈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수준도 높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만 전국 11개 점포에 총 65개의 식품 관련 매장을 신설했다.

백화점 업계가 식품관을 키우고 새로 가꾸는 데 몰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점포 수 늘리기 등 몸집 불리기에 주력해온 백화점 업계가 최근엔 식품관으로 전장을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식품관의 리뉴얼이나 확장을 마친 백화점 점포만 하더라도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목동점·중동점, 신세계 강남점 등 10여 곳을 헤아린다. 모두 각 업체의 주력 점포들이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체 26개 점포 중 22개 점포의 식품관을 리뉴얼했다. 지난해 말 개점한 부산 광복점도 식품관에 유독 공을 들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백화점 식품 매장은 매출에는 별 상관없는 구색용 매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각 백화점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 관계 관리) 자료를 경영에 반영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식품관은 그 자체 매출보다 고객을 끌어모으는 ‘집객 효과’와 전체 매출을 올리는 ‘분수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식품관을 리뉴얼하자 식품 관련 매출이 34.7% 늘어났지만, 점포 전체 매출도 21.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도 백화점 식품관 전체를 리뉴얼했을 경우 점포 전체 매출이 5%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특히 식품 매장의 연관구매 효과가 크다는 데 주목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2009년 기준) 연 10회 이상 식품관에서 구매를 하는 ‘식품관 단골’들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73%를 올려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관 단골 고객들은 식품을 산 다음 화장품이나 럭셔리뷰티·주얼리·골프 등 고가품을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화점의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4.5%에 불과하지만, 식품 코너를 함부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식품관 리뉴얼이나 매장 확장에는 어려움이 많다. 새로운 백화점 점포를 낼 때 식품관에 드는 비용은 전체 투자비용의 15~20%에 달한다. 다른 매장 조성 비용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비싼 가격 탓에 ‘백화점 식품관이 물가만 올려놓는다’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식품관에 대한 투자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김성환 상품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일본과 미국 등에서 백화점이 쇠퇴하는 것과 달리 국내 백화점이 성장을 계속하는 것은 식품관 개선이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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