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박노항 '입' 안여나 못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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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노항(朴魯恒)원사 병역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검찰단과 검찰은 14일 朴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일부 혐의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기는 했다.

그러나 朴씨 검거 당시 메가톤급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관측했던 것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물론 수사 당국은 "朴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불가피했다" 고 해명하고 있지만, 군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갖는 '폭발성에 따른 부담' 이 '미진한 수사' 로 연결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 군내 상납 고리 및 비호 세력 정말 없나〓그동안 군검찰의 수사 초점은 朴원사 비호 세력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이었다.

구속된 헌병 수사관 두명이 수사 정보를 흘려줬고, 검찰에 이첩하기로 한 당시 합조단장 金모 예비역 소장 등이 朴원사의 복귀를 종용하기 위해 허위로 휴가 처리를 한 것도 사실이나, 조직적으로 비호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군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범죄자를 잡아야 할 합조단이 朴원사를 검거하지 않은 데다 추후 허위로 휴가 처리까지 해 준 건 사실상 비호이므로 철저한 후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또한 이번 수사 과정에서 朴원사의 '상납 고리' 가 전혀 파헤쳐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朴원사가 근무하던 합조단의 요직은 ▶국군수도통합병원▶병무청▶조달본부 등 네 곳으로 알려져 있다.

朴원사는 도주 직전 4년 동안 병무청과 수도통합병원을 옮겨가며 파견반장으로 근무했는데, 통상 이런 보직은 1년이면 교체되는 게 관행이어서 근무 실적보다 '다른 요인' 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전 합조단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당시 병무청과 수도통합병원에는 병무 비리 감시를 위해 합조단 외에도 기무사 요원이 상주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朴원사와 함께 근무했던 기무사 요원이 朴원사의 비리를 몰랐다면 '직무 유기' 이고, 알았다면 '공동정범 또는 상납의 대상' 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1998년 구속된 원용수(元龍洙)준위가 변호사 사무장을 통해 6~7차례 朴원사에게 쪽지를 보내 '군 고위 인사에게 구명 청탁' 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있으나 군검찰은 이마저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 입에만 의존=朴원사의 도피 기간 중 수사진은 "병무 비리의 몸통인 朴원사를 잡아야 사건을 풀 수 있다" 며 상당수 사건을 중지 또는 기소 중지했다.

서울지검에는 이런 사건이 24건, 군당국에서 넘겨받은 것까지 합하면 1백여건이 넘는다.

하지만 朴원사 검거 이후 수사진은 "朴원사가 입을 열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진이 청탁자-브로커, 朴원사-군의관 등의 부분적 커넥션에 대한 정밀수사를 위해 수사진을 확대 개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이런 언급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내사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상당수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수사 강도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이철희.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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