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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이어온 '1만원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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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1일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대진정보통신고교에서 열린 교직원 장학금 전달식에서 김길용 교장(右)이 장학증서를 전달하자 한 학생이 감격해하며 안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1일 부산 대진정보통신고 강당에서는 스승과 제자 간 훈훈한 정이 가득 넘쳤다. 이 학교 교사 66명과 학부모들이 푼푼이 모은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31명에게 지급했다. 학생들은 1분기 등록금 37만원씩 모두 1164만원을 받았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물론 교사.학부모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길용 교장이 장학금 전달식을 마친 뒤 31명 전원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한명씩 껴안아줄 때 학생들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특히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월 1만원씩 모아 학생들에게 전달한 장학금이 1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1996년 3월 개교 직후 이 학교 교사들이 신입생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해 보니 23%가량이 결손가정이거나 등록금을 제대로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에 교사들은 학생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심어주자는 뜻으로 97년 1월 교원 장학회를 세우고 월 1만원 이상씩 적립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이런 활동에 감동한 학부모들도 같은해 5월 학부모회 장학회를 결성했다.

교사들은 설립 첫해 24명에게 20만원씩 480만원, 98년 1085만원 등 지금까지 학생 224명에게 6333여만원을 지급했다.

학부모들은 97년 600만원, 98년 220만원 등 올해까지 146명의 학생들에게 3703만여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내에서 알뜰시장을 열기도 했다.

2학년 송지현(19.전자과)군은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뿐 아니라 물질적 도움까지 받게 돼 너무나 고맙다"며 "졸업 후 좋은 직장에 꼭 취직해 어려운 후배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길용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장학회는 많이 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학생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춘영 학부모회장은 "학부모들이 월 1만원씩 장학금을 계좌로 기탁하기도 하고 학부모 회비에서 일부를 장학금으로 전달한다"며 "매년 50여명 이상의 학부모가 장학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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