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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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희=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북정책에 관한 견해차가 이번에 조정됐습니까.

아미티지〓한.미간에 조정할 견해차가 있었던 게 아니라 미국 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통령선거 개표가 오래 끌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구성이 늦어졌어요. 우리는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정책, 특히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합의를 검증하고 그 시행을 감시하는 문제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출발했어요. 우리는 북.미합의 과정과 현황을 다시 점검해야 했습니다. 나는 한.미간의 견해차를 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가장 최신 견해를 들으러 왔습니다.

김=많은 한국인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 때문에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까지 기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미티지=우리는 미국 의회가 지지할 수 있는 합의를 성사시키려는 것뿐입니다. 그런 상식을 강경자세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 점검이 진행되는 중에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10만t의 인도적인 식량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남북대화를 지연시킬 구실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10만t의 식량지원에서 미국의 선의도 읽어야 해요.

김=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최근 2003년까지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 미국에는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재개할 유인책이 되지 않습니까.

아미티지=우리는 金위원장의 발언을 미국과 다른 나라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주목합니다.

김=곧 확정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과 크게 다릅니까.

아미티지=첫째, 참여하는 사람들이 달라요. 한반도와 아시아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많은 게 특징입니다. 둘째, 검증과 관찰에 대한 입장이 다릅니다. 우리는 지지받을 수 있는 합의를 추구합니다.

김=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은 뭡니까.

아미티지=우리는 북한 정권을 바꾸거나 북한 지도부를 전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코리안들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처신은 긍정적(benign)이어야 해요. 북한이 테러를 수출하지 않고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을 위협하지 않는 한 우리는 북한에 간섭할 일이 없어요.

김=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대한 형식적인 이해를 표명했습니다. 불만입니까.

아미티지=대통령의 이해에는 '형식적'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 않았어요. 나는 金대통령의 동의를 구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국제적인 안보상황이 바뀐 것을 전제로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과 반확산, 제한적인 미사일방어망과 전략핵무기의 일방적인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적 틀을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전략적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이 한국에서 평가를 못받는데 대해 정말 놀랐습니다.

김=로운 전략적 틀을 위해서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과 기여는 뭡니까.

아미티지=체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한국 정부에 무엇을 요청하러 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반확산 부분은 한국도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미사일 관련 기술을 충분히 개발하면 불량국가의 위협을 받는 나라는 자체의 미사일을 갖지 않고도 위협에 대처하는 수단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전략적 틀의 미사일방어망은 안전을 보장할 뿐 군비경쟁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김=사일방어망과 남북한 화해의 노력은 상충하는데 이걸 한국이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습니까.

아미티지=충한다고 보지 않아요. 미사일방어망과 화해노력을 두 갈래로(two tracks)로 추구하는 건 합리적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을 동시에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고, 또 북한과는 미사일.대량살상무기를 제한하는 협상을 재개할 겁니다.

김=략적 틀의 반확산 부분은 방어적이 아니라 공세적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미티지=확산은 정보의 공유를 의미합니다. 정보의 공유로 미사일 수출을 방지하자는 내용이 공세적일 수 없지요. 반확산 분야에선 군사적 대응 상황이 별로 없습니다.

김=국은 북한에 지어주는 경수로 발전소를 화력발전소로 바꾸기로 했습니까.

아미티지= 보도는 부정확해요. 합의는 합의입니다. 북한이 합의를 지키는 한 미국도 합의를 지킵니다. 그러나 제네바합의는 그 내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한국이나 일본이나 북한에 제시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김=쁘신 중에 시간을 내주신 것 감사합니다.

<만난사람=김영희 대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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