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들 특허권 사유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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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대 A교수는 자기 명의로 특허권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정부 부처로부터 1억여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신약관련 새 기술을 발명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한국을 포함한 3개국에서 특허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상 특허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공무원의 직무상 발명은 국가가 승계하며, 국가가 승계한 특허권은 국유(國有)로 한다' 는 특허법 39조의 규정 때문이다. 국립대교수는 교육공무원법상 국가공무원이다.

국립대 교수들의 특허권 사유화(私有化)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귀속' 이라는 원칙이 관행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가 발명해 국유 특허로 등록된 건수는 개교이래 지금까지 다섯건뿐이다. 다른 국립대들의 등록건수는 대부분 이에도 못미친다.

반면 서울대 교수 개인명의로 등록된 특허는 ▶97년 1백55건▶98년 2백17건▶99년 1백41건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근무시간에 연구하고 대학 기자재와 인력을 이용했을 것이므로 거의 전부를 '직무상 발명' 이라고 봐야 한다" 고 지적한다.

문제는 국립대의 경우 특허 출원비용 등을 대줄 예산이 없고, 특허 등록이 돼도 수익이 모두 국고로 들어가 대학측에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특허 출원 등을 관리할 조직이 없어 특허의 사유화를 방치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공립법인으로 운영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교수들(공무원은 아님)의 직무상 발명을 모두 대학 명의로 특허출원(99년 2백8건)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포항공대 등 상당수 사립대도 특허출원 비용을 지원해주고 특허를 대학소유로 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 간부는 "현재로선 국가가 재산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라며 "특허 출원이 늘고 그에 따른 수입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학에서 특허권의 귀속문제를 엄정하게 가려 출원해야할 때가 됐다" 고 말했다.

조민근.김영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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