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일본도 위협적인 플루토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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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미국의 일부 보수파 인사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건설해 주기로 한 경수로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경수로에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북한 흑연로는 핵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자유롭지만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KEDO가 건설할 경수로 역시 원리적으론 짧은 운전기간 중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추출하기 위해선 운전 중인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하며, '사용 후 핵연료' 를 추출하기 위해선 밀봉된 원자로를 개봉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의 상업용 원전에 대해 핵사찰을 실시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동감시장치 기록에 남게 되므로 플루토늄을 빼돌린 사실은 곧 밝혀지게 된다.

그러므로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는 한 경수로로부터의 플루토늄 전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분리.추출된 플루토늄은 사용 후 핵연료 속에 들어 있는 플루토늄에 비해 핵무기로 전용하기가 훨씬 쉽다.

현재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가들의 경우 플루토늄의 추출 및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왔지만 일부 국가들에는 허용돼 있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30여t의 분리.추출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특별히 플루토늄 핵연료 사용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더욱 많은 양의 플루토늄 재고가 쌓여갈 전망이다.

최근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 극우화 경향이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제조기술과 만날 때 일본의 플루토늄이야말로 훨씬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강정민 <핵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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