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인 시위' 골머리 앓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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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행처럼 번지는 '1인 시위' 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전 신고→집회 허가' 라는 절차도 필요없고 '외국대사관.국회 1백m 이내 집회 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 이른바 '자유형 시위' .

하지만 2인 이상이 돼야 집회로 간주하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규정 때문에 시위 내용이 거슬려도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경찰이다.

'나홀로 시위' 가 시작된 건 외국대사관 주변 집회를 불허한 집시법 때문.

참여연대가 '삼성그룹의 상속세를 적극 추징하지 않는다' 며 국세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2가 국세청 앞에서 처음 선보였다. 온두라스 대사관이 국세청 건물 안에 있어 집회를 못하기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삼성에 대한 과세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16일까지 79일간 단신 시위를 계속했다.

이후 점차 늘어 이달 들어 하루 5~6건은 예사로 벌어진다. 비폭력적이라 일반인의 거부감이 적은 데다 여럿이 번갈아 시위하면서 효과도 만만찮게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10일에도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 국민행동' 이 미 대사관 앞에서, '난지도 골프장 백지화 시민연대' 가 서울시청 앞에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가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집 앞에서 나홀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비상수단을 썼다.

'미사일 방어(MD)체제 저지와 평화실현 공동대책위' 관계자 30여명이 20m 간격으로 미국대사관을 에워싸고 변형된 1인 시위를 벌이려는 것을 무산시킨 것.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의 집단시위라고 판단해 해산시켰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라리 누가 이런 시위에 대한 단속을 검찰에 고발해 법적으로 시원하게 판가름이 났으면 좋겠다" 고 털어놓았다.

공대위측은 "지난 3일에도 다섯명이 대사관 앞에서 변형 1인 시위를 했는데 이제 와서 막는 것은 부당하다" 며 반발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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