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앙선관위가 마련한 정치관련법(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개정의견의 두드러진 특징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범위를 대폭 늘린 대목이다. 지역감정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와 함께 정치자금의 '양성화' 에도 무게를 두었다.
◇ 시민단체 활동 터준다=현행 선거법은 시민단체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 로 규정하면서도 구체적 수단인 집회.연설회, 인쇄물 배포, 시설물이나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4.13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총선시민연대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법을 어기고 선거운동을 강행한 시민단체가 '불법단체' 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선관위는 개정의견에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 에서 집회를 할 수 있게 하고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기관지.회보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소속 회원만 참석할 수 있다" 는 제한규정을 두었다.
◇ 법인세 1% 정치자금=법인세 3억원 이상을 내는 기업에 법인세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무적으로 정치자금으로 내도록 한 것은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 라고 선관위측은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 등 일각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호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는 지적이 있다. 국회에서의 통과전망도 어둡다. 한나라당은 "환영" 이지만 후원회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아온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지역감정 이용에 쐐기= "○○출신" "고향이 ××다" 란 말을 못하게 해 지역감정이 선거운동에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게 선관위의 생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지역정서' 를 부추길 수 있는 시.도별, 씨족별 내역은 공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유권자의 알권리 차단" 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 이규건(李圭鍵)홍보관리관은 "본적.출신지는 후보의 정보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 오히려 국민의 올바른 의사가 반영되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고 부작용을 앞세웠다.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