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과일주스에 대한 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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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물 대신 음료를 마신다면 우유와 과일주스 중 어느 쪽이 건강에 좋을까.

최근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우유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과일주스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의 담백한 맛보다 과일주스의 단 맛이 한국인의 혀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맛이 아닌 건강을 위해서라면 우유 쪽에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과일주스의 장점은 비타민이 많다는 것. 채소나 과일을 자주 섭취하지 못한다면 과일주스가 비타민 보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일주스는 몇 가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단백질과 지방 등 기본 영양소는 물론 칼슘 등 미네랄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성장기 어린이가 과일주스에만 매달려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과일주스엔 적지 않은 당분이 함유돼 있다. 인공적으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무가당 주스라 하더라도 과일 자체가 지닌 과당(果糖) 때문에 1잔(2백㏄)당 1백㎉ 정도의 열량을 지니고 있다. 이는 밥 반 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으로 당뇨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셋째, 과일주스 속에 든 당분은 아기들의 경우 소화기를 자극해 설사나 복통 등 배앓이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미국 소아과학회는 어린이의 과일주스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6개월 이전 아기에겐 가급적 과일주스를 주지 말아야 하며 1~6세 어린이는 하루 1백20~1백80㏄, 7~18세 청소년은 2백40~3백60㏄로 하루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과일이 지닌 장점인 섬유소가 과일주스 생산과정에서 상당수 누락되며 비타민도 냉장보관이나 차광상태가 아니면 파괴되기 쉽다.

반면 우유는 대부분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완전식품이다. 우유만 좋고 과일주스는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우유 대신 과일주스만 마시는 것은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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