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B 투표 낙선… 미국 유엔서 또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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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 선출투표에서 탈락한 지난 3일 국제마약감시기구(INCB)의 부위원장 투표에서도 패배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인권과 마약문제는 미국 정부가 가장 주안점을 두어 온 사안이라 미국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INCB 탈락=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3일 INCB 부위원장 3기 연임에 도전했던 미국의 허버트 오쿤(70)부위원장이 투표에서 낙선했다고 7일 밝혔다.

프랑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후보들에게 밀린 것이다.

각국 대표 13명으로 이뤄진 INCB는 '마약오용과 불법거래에 관한 유엔협약' 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미국은 그동안 이 기구에서 중남미 마약밀매에 제동을 거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국제마약 확산방지 전문가인 오쿤이 탈락한 것은 인권위원회 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EU 회원국들이 합심해 EU 국가 후보들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INCB 투표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그곳(유엔)에서 무언가 진행되고 있다" 며 미국 고립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 보복론과 자성론=유엔 기구에서 잇따라 밀리자 미국에선 보복론이 비등하고 있다.

벤저민 길먼(공화)하원의원 등은 이번 주로 예정된 유엔 연체분담금 청산표결을 부결시키자고 주장했다.

밀린 분담금 5억8천만달러의 납부를 유보해 유엔의 운영에 타격을 주자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윌리엄 사파이어도 7일자 칼럼에서 "표결에서 미국을 지지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등을 돌린 14개국이 어느 나라인지를 국무부.중앙정보국(CIA)이 찾아내 응징해야 한다" 는 강경주장을 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 의회가 '배신국가' 들을 색출할 것을 촉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도 6일 인권위 탈락에 대해 "무도한 행위" 라고 비난했다.

자성론도 일고 있다. 미국이 교토기후협약 철회, 미사일방어(MD)체제의 추진 강행 등 잇따른 무리수로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잭 매트록 전 러시아대사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 행세하는 걸 원치 않는 국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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