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세무조사 이례적 중간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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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세청 손영래 서울지방청장이 7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직접 나서 연장 사유와 여러 가지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해 자세히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미 끝난 세무조사의 내용도 관련법 상 밝힐 수 없는데(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경우는 예외)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사례를 담은 보도자료까지 내놓았기 때문이다.

조세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일방적인 발표가 관련 언론사의 반론.해명기회도 없이 자칫 전체 언론사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한나라당 등에서 제기하는 '표적조사' '언론탄압' 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조세전문가들은 그래도 국세청이 밝힌 사례 자체가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판매수입.신문운반비와 관련한 증빙(서류)이 없는 것은 신문업계의 특성에 따른 제도적 문제이지만 차명(借名)계좌 개설을 통한 자금세탁 혐의는 세금 추징만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날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곳이 어느 언론사인지와 자금세탁 규모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앞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은 이는 형사고발(조세범처벌법)로까지 이어져 언론사 사주가 처벌 대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경매공고 등 여러 가지 광고수입 누락, 외부 간행물 수입 누락, 자산 누락 등의 문제도 경영상 관행이나 회계상 실수일 수 있지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비자금 조성' 이나 '회사 수익 빼돌리기' 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세청이 현 주주의 유상증자 대금과 사주 2.3세의 주식.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납입원천 내역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번 조사가 단순히 5년 주기의 정기 법인세 조사 차원을 넘어 최고 경영층과 가족에 대해 자금출처조사와 계좌추적까지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 회사가 국세청의 자료제출이나 확인서 서명을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1백여 가지 자료 가운데 지금까지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말한 내용에 대해 손영래 서울청장은 조사기간 연장 사유를 설명하며 "연장조사에 따른 억측을 막기 위해 밝힌 일부 사례에 불과하며 최종 확인된 것도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라서 세무조사 자체를 놓고 벌어지는 시비와 별도로 앞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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