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수지 하수처리장 건설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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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과 관련, 시행자인 용인시와 건립 예정지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용인시는 이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이 불가피하다' 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주거환경을 크게 해친다' 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동성.대진.벽산.대우.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위원장 장종국.65)를 구성, 조직적으로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 주목된다. 이들은 아파트단지 곳곳에 처리장 건설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연일 용인시청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 처리장 추진 배경=수지.죽전.구성.보정지구 등에 대한 택지개발사업이 완료되는 2006년에는 수지지역 인구가 35만여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발생하는 하수(하루 13만4천여t 예상)를 처리하기 위해선 처리장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수지지역 하수(하루 10만5천여t)를 위탁처리키로 협약을 맺고 현재 하루 2만t씩을 처리해온 성남시가 최근 용인시에 하수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용인시는 성남시와의 협약이 사실상 깨진 것으로 보고 자체 처리장 확보에 비상을 걸었다.

◇ 용인시 입장=2005년까지 수지읍 죽전리 경부고속도로와 성남대로 사이에 위치한 공터 13만7천여㎡(4만여평)에 처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용인시 하수처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추진하던 하루 2만t(죽전지구 내)처리 규모의 죽전하수처리장 등을 통합, 하루 15만7천t처리 규모의 처리장을 새로 건립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수지지구를 비롯, 죽전.구성.동천.상현.신봉지구 등 반경 3㎞ 이내 하수처리를 감안한 구상이다.

용인시는 이곳 지하에 최첨단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지상에는 운동장 등 레포츠 시설과 잔디공원.휴식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악취를 1백% 막을 수 있고 주변 경관도 지금보다 깨끗해져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 주민 반발=이미 대규모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에 대형 혐오시설을 설치하려는 용인시의 계획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단지 바로 코앞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설 경우 악취가 나는 등 주거환경이 크게 나빠진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다.

그러나 최근 일부 주민들이 한발짝 양보해 처리장을 분당선 전철 차량기지에 세울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시가 추진 중인 하루 15만7천t 하수처리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분산시켜 당초 토지공사 계획대로 2만t 규모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민 장각수(張珏洙.42)씨는 "용인시의 방침은 광역시설을 지양하고 수계별로 하수를 분산 처리하라는 환경부의 지침에도 배치된다" 고 지적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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