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대학생이 시위장면 등을 사진에 담아 간직해 오다 21년 만에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전남 나주공고 교사 이재권(44.광주시 서구 쌍촌동)씨는 최근 5.18기념재단을 방문, 1980년 5월에 찍은 컬러사진 31장을 전달했다.
그 해에 조선대 기계과 4학년이었던 李씨는 가톨릭학생회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학생들의 시위와 집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각오로 전남도청 건물에 숨어들어, 또는 시위대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었다" 며 "뒤늦게나마 학생들의 순수한 민주화 열망을 알리고 싶어 사진을 내놓게 됐다" 고 말했다.
그해 5월 14~17일 그가 찍은 필름은 모두 세통으로 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린 민족민주화대성회 장면과 옛 광주MBC 건물 앞 시위 모습 등을 선명하게 잡았다. 하지만 그는 현장 사진 속 동료.후배들이 군사정권 아래에서 탄압받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들에게조차 필름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그는 "한 후배 여학생은 그때 충격으로 방황하다 수녀가 되기도 했다" 고 털어놨다. 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교단에 선 그는 매년 5.18 기념일을 전후해 망월동 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왔다. 사진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李씨는 "이들 사진이 5.18의 진면목을 조망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