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박정상-양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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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朴초단

제1보 (1~19)=양재호9단은 1981년 프로가 돼 94년 9단에 올랐다. 13년 만에 9단이 된 것인데 이는 한국에선 정규코스 최단 기록이다.

이창호9단은 물론 10년 만에 9단이 됐지만 7단 시절 점프해 9단에 오른 것이라 의미가 약간 다르다.

기세좋던 梁9단이 4인방의 벽에 가로막혀 랭킹 5위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신인들이 대거 뒤를 엄습해왔는데 그들 중엔 얼굴을 잘 모르는 진짜 신인들도 섞여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하룻밤 자고 나면 새얼굴이 나타난다. 그들 중 올해 가장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기사가 바로 17세 박정상 초단이다.

3의 향소목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흑백의 소목이 마주보는 경우 먼저 걸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세 귀를 차지하면 유리하다는 것 역시 정설이다.

흑의 梁9단이 3으로 4를 유도해 5를 차지한 것은 실리파답게 '세 귀' 쪽에 더 마음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朴초단이 14, 16으로 밀어붙인 것은 파격적이다. '참고도' 를 보자. 이런 경우 A를 두지 않고 1로 씌우는 것은 프로의 상식이다.

朴초단은 그러나 흑이 A로 미는 것도 선수인데다 하변은 어차피 흑의 영역이라 보고 아낌없이 밀어버렸다고 말한다. 18로 멀찍이 씌우는 수도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梁9단이 둔 흑19가 재미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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