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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스쿨 약진, 서울대·고려대는 결선 못 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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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전국에서 처음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법정변론결선대회가 19일 열렸다. 제1회 가인 법정변론대회(Korea Moot Court Competition)다. 이 대회에선 성균관대 로스쿨팀이 형사 분야 1위, 연세대 로스쿨팀이 민사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두 팀은 대회장인 박일환(대법관)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가인상(최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팀원 가운데 탁월한 법정 대처 능력을 보인 성균관대 박기범(34)씨는 개인 MVP로 선정됐다. 성균관대·전북대와 연세대·한양대가 결선을 치른 결과다.

이 대회는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변론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대법원이 주최한 것이다. 명칭은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호(號)에서 땄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12팀이 진출하는 본선에 각각 2팀, 1팀이 올라갔으나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본선 12팀 중에는 부산대·경북대·전북대 등 지방 로스쿨이 세 곳이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각 로스쿨을 대표하는 팀이 아니어서 이번 결과를 로스쿨의 실력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향후 유능한 변호사는 공판 중심주의에 맞춰 법률 지식보다 토론과 설득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1회 대회 결선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시작됐다.

이재홍 서울행정법원장이 재판장을, 이종석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진만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좌우 배석을 맡았다.

이날 형사재판 대상은 학부모로부터 42만원 상당의 촌지를 받고 다문화가정 학생을 체벌·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중학교 여교사 정모(35)씨 사건이었다. 장애아동의 학부모가 교사에게 건넨 42만원 상당의 촌지가 뇌물인지,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의 뺨 등을 때린 것이 정당한 체벌인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주(主)변론 시간이 되자 검사 측인 전북대 로스쿨팀(최재원·류승호·이지윤)이 포문을 열었다. 여성 멤버인 이지윤씨는 정 교사가 체벌에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크기의 나무 막대기를 직접 갖고 나와 머리 위로 흔들었다. 이씨는 “정당한 체벌의 경우 체벌봉은 길이 60㎝, 지름 1.5㎝의 크기여야 하며 체벌 부위도 둔부로 제한된다”며 “정 교사가 사용한 문제의 막대기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대팀은 “정 교사가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유모군의 학부모와 상담 직후 ‘학교에 잘 적응하게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만원짜리 상품권 3장과 12만원 상당의 향수를 받은 것은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사 변호인 측인 성균관대 로스쿨팀(박기범·이승운·김소현)은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 교사의 체벌은 김군의 잘못된 언행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촌지에 대해서는 “처음에 상품권인 줄 모르고 받았기 때문에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再)변론이 여러 차례 이어지다 마지막 종합변론 시간이 됐다. 변호를 맡은 성균관대 로스쿨팀 박기범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메모를 읽어 나갔다.

“정 교사를 수뢰죄로 처벌해야 한다면 장애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담임교사에게 성의를 보인 한 어머니 역시 필요적 공범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체벌의 불법성이 인정된다면 장애 학생을 지키기 위해 비행 학생에게 용기 있게 맞섰던 한 여교사의 책임감을 법질서 전체가 부정하는 것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학대받고 있던 장애 제자를 지키려 했던 한 여교사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주목해 주십시오.” 장내가 잠시 숙연해졌다.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재홍 서울행정법원장은 심사평에서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보기 어려운 그 이상의 변론을 봤다”며 “대한민국 법조계의 미래가 밝다”고 평가했다.

대회 공고부터 결선까지 6개월간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1곳을 제외한 24개 로스쿨 재학생 561명이 3인1팀으로 참가했다. 전체 로스쿨 학생 정원(2000명 안팎)의 28%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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