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지분매각 인수업체 없어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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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중인 자산 매각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국내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인수 의향을 내비치던 기업들이 협상을 중단하거나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은 8백억원에 이르는 단기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 상반기안에 벤처투자와 제조업 부문을 나눠 2개사로 분사할 계획이다.메디슨은 이를 위해 1996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초음파진단기 제조업체인 크레츠테크닉의 지분(65%)을 내놓았으나 사려는 외국업체가 선뜻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크레츠지분을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인 GE·필립스 등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나 해외경기가 침체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화학은 세제원료 공장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넘기는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미국업체 등 외국기업과 6개월 이상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고 밝혔다.

이수화학은 외자 유치로 들어온 자금을 향후 5년간 1천5백억원을 투입키로한 생명공학 분야에 배정,바이오 전문업체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막상 외자유치에 진전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일진그룹은 적자 사업부인 ㈜일진 알루미늄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국내 알루미늄 섀시시장의 불황으로 무산됐다.대신 본사 영업부를 생산공장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이전 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알루미늄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 4백억원에 70억원의 적자를 낸데다 6개월 이상의 노사분규로 경영에 차질을 빚어 일진그룹측은 한때 공장 폐쇄를 검토했었다.

삼일회계법인 김영식 전무는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기업들이 일단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으면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빨리 협상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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