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노점상 46명 '5평 내가게' 꿈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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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구청 단속반원과 길거리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과일 ·생선 ·야채 등을 팔아 오던 노점상 46명이 한날 한시에 번듯한 상가의 점포 주인이 됐다.

지난 2일 오후 2시쯤 경남 김해시 내외신도시에서 펼쳐진 '내외 공동시장'개장식.거의 빈털털이였던 46명의 노점상들이 32억원의 예산으로 5백평의 대지에 지상3층(연건평 1천73평)의 상가를 건립하는 기적을 일궈낸 감격의 순간이었다.5평짜리 '내 가게'를 둘러보는 노점상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가슴 벅찬 표정을 보였다.이 자리에는 지역 유지 50여명도 현장을 찾아 기쁨을 함께했다.

노점상들이 상가건립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김해시가 노점 철거를 본격화 하면서 시작됐다.

97년부터 이 일대에서 좌판일을 시작했던 노점상들은 당국의 단속이 거세지자 조립식 가건물 건축을 추진했다.그러나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상인들은 아예 정식으로 상가를 짓기로 하고 4억원을 갹출했다.

농협에서 대출받은 8원원을 합쳐 상가 건립부지도 매입했다. 노점상 1인당 3백만∼4백50만원씩 투자한 것이다. 건축비는 건설회사 측이 노점상들이 차지할 1층 점포를 제외한 2∼3층의 분양권을 갖는 조건으로 해결했다.

과일 노점상을 하다 5평짜리 점포 주인이 된 유길수(兪吉修 ·47)대표는 "비올 때 비닐을 치지 않아도 되고 단속반원의 호각소리도 이젠 두렵지 않게됐다"며 "노점상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 유명 상가로 일궈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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