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험난한 분담금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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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홍 정치부 기자

"잘 돼야 할 텐데…."

31일 오후 3시 외교부 청사.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은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1차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문이다. "이번 협상은 결과에 따라 앞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을 좌우할 이정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떠난 정부 대표단의 발걸음도 역시 무거웠다. 한 관계자는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정부가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유별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협상 결과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내년도 분담금부터 삭감하겠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고, 미국 측은 거꾸로 대폭 증액을 요구해온 상태다. 2004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7470억원이다. 분담금 항목을 추가하거나 협정 유효기간을 줄이는 문제에서도 신경전이 날카롭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어려운 협상이 예고돼 있기에 정부 안팎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어렵사리 회복된 한.미동맹 관계가 또 뒤틀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주한 미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해 반미 감정 등을 놓고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올해 주한미군 감축이나 용산기지 이전 등 잇따른 협상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 동맹이 오히려 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26일 방한해 "한.미동맹 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만족해했다. 그런데 이 '돈 문제'가 동맹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측 요구를 들어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국익을 냉정하게 따져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외교력과 협상력이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은 지금 갈림길을 넘어 21세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양국 관계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국익에도 충실한 협상을 기대해본다.

박신홍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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