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민심 이탈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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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31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형수 기자

10.30 지방 재.보선에서 5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한곳(강원 철원)만 신승하고 한나라당이 두곳(경기 파주, 경남 거창), 민주당이 두곳(전남 강진, 해남)에서 승리했다.

서울.대구 등 7곳에서 실시된 광역의원 선거에선 한나라당이 다섯곳, 민주당이 전남 한곳, 무소속이 강원 한곳에서 이겼다. 열린우리당은 한 곳도 얻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6.5 지방 재보선에 이어 계속 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기초단체장 재.보선 5개 지역 기준으로 선거 전 3명의 단체장을 배출했다가 선거 후 2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쪽은 여권인 듯하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지난 6.5 재보선에서 광역단체 3곳(부산.경남.제주)을 한나라당에게, 1곳(전남)을 민주당에게 내주면서 영.호남 동시패배의 쓴잔을 맛본 적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재연됐다. 일단 영남권으로의 동진은 무산됐고, 호남에서마저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 광역의원 선거결과는 설상가상이다.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엿볼 경기 파주에서 참패한 것은 물론 여권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서울 광진 제 3지역에선 열린우리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도 져 3등을 했다.

호남에서 연승한 민주당은 들뜬 표정이다. 한화갑 대표는 "당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고, 이정일 전남도당 위원장은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반드시 재건하라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 4월 전후로 예상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표의 쏠림현상 없이 민주당과 전통적 여권 지지층을 반분하게 될 경우 열린우리당으로선 큰 타격이다. 열린우리당 내에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전망도 어두운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선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전까지 개혁노선을 둘러싼 당내 강.온파 간의 대립이 심화될 듯하다. 이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놓고도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개혁노선을 선도하지 못해 민심이반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중도성향 의원들은 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강성 개혁노선이 민심이탈을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야당과의 대치정국에서 잠복 상태에 있던 양측의 갈등이 언제 표출될지 모르는 게 열린우리당 내 기류다.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법안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한나라당은 "4대 법안 추진에 대한 반대여론이 반영된 것"(임태희 대변인)으로 규정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규성 사무처장은 "소금은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3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개혁입법 추진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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