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샤댐' 건설… 한반도 생태계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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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엄청난 양의 양쯔(揚子)강물을 모아 물이 부족한 중국 북부로 보내는 초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어 완공 후 동해와 서해 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게 될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 기후변화까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양쯔강 중류 후베이(湖北)성에 1994년부터 건설 중인 산샤(三峽)댐은 저수용량 3백93억t으로 우리나라 소양호의 13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수력 발전댐이다.

중국은 이 물을 3개 수로를 통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는 황허(黃河)등 중국 북부로 보낼 계획이다.

물의 북송이 시작되면 바다로 나오는 민물이 크게 줄어 서해와 동해 등의 염분농도가 높아진다.

양쯔강 물은 해류를 타고 동해까지 오는데 염분이 많아지면 수심이 깊은 동해지역에 온난화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미국 학자의 발표가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도 바닷속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변화로 서해 등의 어업에도 상당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기후 및 생태계 변화=미국 기상학회(http://www.ametsoc.org)는 최근 학회 회보 4월호에 실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돈 노프 교수의 논문을 인용, "중국이 양쯔강 물을 북으로 보낼 경우 한국 동해 주변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는 온난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 발표했다.

노프 교수는 "양쯔강 물이 줄면 인근 바닷물의 염분농도가 증가하고 이 물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들어가는데 이때 수심 2천m 아래의 깊은 바닷물과 만나면서 대류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고 밝혔다.

노프 교수는 "특히 공기와 바닷물의 온도차가 15도 이상 되는 겨울에 바닷물의 대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 동해 주변의 기온이 올라가 국지적 온난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노프 교수는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서해는 수심이 얕아 온난화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구(金坵.지구환경과학부)교수는 "노프 교수가 동해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했지만 온난화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가뭄 등 기상재해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흥재(李興宰)박사는 "서쪽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저기압 구름대는 대개 양쯔강 상류에서 만들어지는데 양쯔강 물이 줄면 우리나라에 가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해양생태계의 변화도 걱정이다.

李박사는 댐이 건설돼 양쯔강에서 바다로 들어오는 물이 줄면 질소.인 등 영양분 유입이 줄어 식물플랑크톤도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식물 플랑크톤-동물 플랑크톤-물고기에 이르는 먹이사슬도 큰 영향을 받아 어종이 달라지고 어획량이 주는 피해도 예상된다.

◇ 남수북조(南水北調)프로젝트=1952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남부의 물을 북부로 보낸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이래 중국 정부는 이를 계속 검토해 왔다.

지난해 6월 동.중.서 3개 수로의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총 1백70억달러(약 22조원)가 들어갈 이 수로사업이 끝나면 연간 3백80억~4백80억㎥의 양쯔강 물이 북부지역에 공급된다. 우리나라 전체의 연간 물수요 3백37억㎥를 능가하는 양이다.

현재 중국 북부지역 6백70개 도시 중 4백곳이 물 부족을 겪고 있고 1백8곳은 심각하다.

산샤댐 공사비는 2백40억달러. 댐 길이가 2.3㎞, 높이 1백75m로 인공호수 면적만 서울시의 1.8배인 1천84㎢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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