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DJ에 MD참여 은근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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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 아침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미사일방어(MD)계획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부시 대통령은 미 국방대학에서 MD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1일)한 것을 계기로 동맹국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전 8시20분부터 15분간 나눈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연설 내용만 설명했을 뿐 "MD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고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그렇지만 부시 대통령의 MD 참여 압박은 지난 3월 8일 워싱턴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고 대부분의 외교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이때 金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월 27일)에서 합의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지지 대목을 번복하고, MD계획에 '이해' 를 표시했다.

金대통령은 이날도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국제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수단을 강구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한다" 고 말했다.

이를 놓고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입장은 3월 워싱턴 정상회담 때와 같다. 입장 변화가 없다" 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MD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봐야 입장을 정리할 것 아니냐" 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다음 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副)장관이 서울에 와서 구체적인 MD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MD계획에 신중한 것은 "남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 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분석했다.

金대통령이 북.미간 대화를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해 달라" 고 주문한 데에는 그같은 걱정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를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 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겠다' 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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