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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강소기업에 배운다] 6. DNA칩의 캐피탈바이오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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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캐피탈바이오칩은 지난달 24일 칭화대, 국가지정 바이오칩개발센터, 중국 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국제 바이오칩 포럼'을 열었다. 회사 로비에 전시해 놓은 캐피탈바이오칩 제품들을 각국에서 온 포럼 참석자들이 구경하고 있다.[신동연 기자]

'설립 4년 만에 사스(SARS)바이러스 진단 DNA칩 등 20여가지 DNA칩 개발과 생산''수천만원~수억원 짜리 연구실용 바이오관련 장비 15가지 생산' ' 2002년 포춘지에 의해 '멋진(coolest)' 국제적 바이오벤처 회사 중 하나로 선정' ….

중국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생물과학단지에 있는 중국 DNA칩 업체 '캐피털바이오칩'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성과다.

캐피털바이오칩은 중국 칭화(淸華)대학이 최대 주주인 대학 벤처이자 중국 생명공학 산업의 대표주자다. 캐피털바이오칩은 DNA칩보다 한단계 발전한 단백질칩의 분석장비인 '럭스스캔 10K'를 지난달 말 바이오산업의 본고장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칩 관련 장비를 미국에 수출한 중국의 바이오 기업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장촨(張川)부사장은 "단백질칩 분석장비는 보통 미국에서 1천만 위안(13억5000여만원)에 팔리는 데,우리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600만 위안(8억여원)에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칩은 명함 반 정도 크기의 작은 기판에 사람 몸에서 빼낸 핏속에 있는 극소량의 단백질 수만가지를 담은 것. 럭스스캔은 이 단백질칩을 분석하는 장비다. 현재는 주로 실험연구용으로 쓰이지만 앞으로 생명공학이 더 발달하면 피 한 방울로 암.후천성면역결핍증(AIDS).당뇨병.식중독.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을 발병 전에 빠르고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사스바이러스 진단 DNA칩은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인 초기에 사스 감염 여부를 피 한 방울로 알 수 있다. "올해 말이면 더욱 성능이 강력해진 사스진단칩을 출시할 것"이라고 장 부사장은 밝혔다.

캐피털바이오칩의 급성장의 핵심에는 외국에서 12년간 공부하다 돌아온 최고경영자(CEO)겸 기술총괄임원(CTO)인 청징(程京.41) 박사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청 사장은 영국과 미국에서 박사와 포스트닥(박사후 과정)을 끝내고 미국에서 바이오벤처를 경영한 적이 있다.주저자로 쓴 논문이 유명 과학저널인 '내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커버 스토리로 실리기도 했고,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과기논문 인용 과학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캐피털바이오칩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중국 정부가 나를 더 잘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지위를 버리고 귀국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1998년 상하이 푸단(復旦)대와 베이징(北京)의대,칭화대 등이 청 사장을 유치하기 위해 솔깃한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을 벌였다. 청 사장은 칭화대를 선택했다. "공학이 발달해 DNA칩 개발에 유리하고, 학문간 공조 분위기가 확립돼 있어서"다.

국립 칭화대는 청 사장에게 칭화대 안의 국가지정바이오칩 연구개발센터 센터장을 맡기면서 바이오 벤처 설립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년간 27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중국 정부의 바이오 기술 개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캐피털바이오칩은 바이오 지주회사를 지향하고 있다.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 벤처회사인 '아비바'사의 지분 15% 등 3개의 생명공학 벤처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캐피털바이오칩사가 개발한 특허를 이전해주고 대가로 주식을 받은 것이다.

이 회사 인력 가운데에는 석.박사 출신이 절반을 넘는데, 이 중 50명은 박사학위 소지자이거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다. 청 사장이 직접 지도하고 있는 칭화대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학위를 따기 전 최소한 3개의 영문 논문을 해외 주요 과학저널에 발표해야 한다. 청 사장은 "아마 미국보다 박사 학위 따기가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회사에서 상용화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기술은 칭화대 인력이 주로 개발하고 마케팅과 재무는 미국에서 불러들여온 중국계 인재들이 맡아 한다. 미 퍼듀대 MBA출신 등 우수 인재 12명을 미국에 버금가는 연봉을 제시해 스카우트했다. 청 사장은 "중국 회사이지만 경영은 세계 기준에 맞추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특별취재팀:글=박방주 전문기자(팀장), 최지영.심재우.장정훈 기자

사진=신동연.신인섭 기자 <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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