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 VS 지방선거 앞두고 학부모 자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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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호 10면

(왼쪽) 홍준표 의원, (오른쪽) 박주선 의원

홍준표(56·전 원내대표) 한나라당 의원과 박주선(61·최고위원) 민주당 의원이 맞짱 토론을 벌였다.

무상급식 맞짱토론, 한나라민주 차기 당권 예비 주자 홍준표 vs 박주선

6·2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서다. 박 의원은 올 1월 초·중학교의 무상급식을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당론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반면 홍 의원은 지난 10일 당 회의에서 “무상급식은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두 의원이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홍 의원(4선)이 박 의원(재선)보다 원내에는 먼저 진출했지만 검사로서는 박 의원이 선배다. 박 의원은 사시 16회고, 홍 의원은 24회다. 사석에서 홍 의원은 박 의원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덕담을 주고받았다. 박 의원은 “홍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논리나 명분 측면에서 야당에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 줬다. 구관이 명관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홍 의원은 “옛날에 특수부 검사 시절 형님은 검사들의 우상이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의원은 모두 당내에선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이날 토론은 예비 당권 주자 간 토론답게 깊이 있고 치열했다. 때론 언성도 높아졌다. 토론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토론은 18일 중앙일보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홍 “항상 점심 굶어 수돗가에 있었다”
박주선(이하 박)=“빈곤이 죄는 아니지만 노출하기 싫은 치부다. 그건 어른, 아이 구분할 것이 없다. 나도 빈곤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에 굶는 학생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니냐. 무상급식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급식을 교과과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밥을 굶는 학생에 대한 복지적인 측면에서 볼 것인지다. 저는 급식 시간도 수업 시간과 마찬가지로 교과과정의 일부라고 본다. 식사 문화, 예절, 공동체 의식, 배식과 반납에서의 자기 책임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헌법 31조 3항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초·중학교 수업료는 정부에서 뒷받침한다. 교과과정인 급식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의무교육의 완전한 실현이라고 본다. 그래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냈다.”

홍준표(이하 홍)=“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은 초·중등생 전반에 대해서인데 실태를 보면 형편이 어려운 초·중학생 13%는 이미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저도 초·중·고교를 다니며 점심 시간에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점심 시간엔 늘 수돗가에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 돕자고 하는 거다. 그런데 전면 실시하자는 주장은(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박 의원이 말한 처음 취지와 다르지 않으냐.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급식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제공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비용을 다른 데 쓰는 것이 맞다. 무상급식의 범위를 확대하면 된다. (전면 무상급식에 쓸 재정을) 영·유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또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도 스웨덴·핀란드·영국 세 나라뿐이다.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급식비를 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하자는 건 포퓰리즘이다. 지난 10년간 실시하지 않은 제도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왜 들고 나왔는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얼치기 좌파이고 포퓰리즘이다.”

박=“한나라당은 부자 감세를 해 왔는데,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라는 인식에 한나라당도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부자들에게 급식비도 면제하면 부자 정당으로서 확실히 역할을 하는 건데 왜 반대하나 모르겠다.”

홍=(말을 끊으면서)“그건 제가….”

박=(다시 말을 막으며)“잠깐만요. 급식은 교육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홍 의원이 민주당 정권 10년간 뭘 했느냐고 하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엔 외환위기가 와서 국가가 풍전등화였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재정 여건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서 국가 예산을 불요불급한 사업에 투입하고 있지 않느냐. 4대 강 사업에 3년간 22조원을 붓고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면서 국가가 8조5000억원을 더 부담한다. 부자 감세로 세수는 줄어든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이 재임 중 서울시가 지출한 홍보 예산은 1100억원 정도인데, 급식비에는 61억원만 사용했다. 이런 곳에 세금을 과도하게 쓰지 말고 무상급식에 사용하는 게 좋지 않느냐. 무상급식에 쓸 돈을 영·유아 교육에 쓰자는 데 그건 복지의 문제다. 영·유아 교육은 헌법상 의무교육이 아니다. 급식은 의무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박 “빈곤이 죄는 아니나 노출땐 상처”
홍=“부자 감세 정당이라고 하는데 그 감세안은 제가 원내대표 할 때 민주당과 합의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걸 비난하면 안 된다. 부자 감세 정당이라는 것은 정치적 구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외환위기 때문에 못 했다는데 그때도 예산 조정을 하면 다 할 수 있었다. 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들 자극해 가지고 득표하려고 하는데 그런 얼치기 좌파가…. 또 세종시 문제를 얘기하시는데 세종시는 통일시대를 내다봤을 때 부처 일부를 옮기는 게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수정하는 것이다. 4대 강도 수량이 모자란 강을 정비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리고 박 의원이 헌법을 얘기하며 영·유아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라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은 누구나 유치원 교육을 받지 않나. 오히려 헌법이 영·유아도 의무교육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박=“현 제도는 가난한 집 학생은 자료를 증빙해 인정되면 무상급식을 한다. 가난한 학생의 경우 (가난이 창피해) 내겠다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사이에선 급식의 질이 떨어지면 ‘네가 급식비 안 냈지’라고도 한다고 한다. 위화감이 생기고 상처가 크다. 실제 초·중학생 부모라면 30~40대인데 대개 어려운 형편에도 자녀들이 굶을까 봐 급식비를 내게 되는 것이다.”

홍=“제가 생각하는 기본 방향은 부자한테는 규제만 덜 하면 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은 기회를 많이 주고 도와줘야 한다. 그게 국가의 역할이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좌파 정책을 쓴다면 부자들의 급식비를 보전한다는 좌파 포퓰리즘을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무상의료제도를 확대하거나 대학등록금제 차등화를 주장해야 한다. 등록금 차등제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내는 것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등록금을 많이 받고 소득이 적으면 적게 받으면 된다. 하버드대나 예일대도 다 한다. 그렇다고 기여입학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주장을 들고 나오는 게 진정한 좌파 정책이다.”

박=“무상급식이 부자 급식이고 그게 민주당 정서에 안 맞고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헌법에 의무교육은 무상이기 때문에 완전한 의무교육을 위해 접근하려는 것이다. (의무교육제에서) 부자들도 수업료를 면제받고 교과서를 그냥 받는 사람도 있는데 무상급식이랑 그것이랑 뭐가 다른가.”

홍=“헌법의 의무교육은 사회적 기본권이고 헌법에는 노동권·환경권 등이 다 있다. 실업자가 많아지면 정부가 다 책임져라 해도 책임을 못 진다. 교육도 의무교육이라고 해서 국가가 다 책임져라 할 수 없다. 그게 사회적 기본권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를 자극하기 위해 교육권만 갖고 쟁점을 삼느냐.”

박=(다소 상기된 표정으로)“잠깐만요. 내가 대답하께. 그래서….”

홍=(다시 제지하며)“아니. 제가 추가로 또 얘기해야. 가만이 있어 봐요. 그래서 헌법상 의무교육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급식비가 포함되느냐, 수험료만 면제되느냐. 학설이 여러 가지 있다.”

박=“그럼 급식 문제가 교육 문제는 아니란 얘기냐.”

홍=“교육 문제이긴 하지만 의무교육에 포함되는지는 학설이 셋이나 있다.”

박=“그럼 아닌거요, 긴거요.”

홍=“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다 이 말이지.”

박=“나는 의무교육 측면에서 무상급식에 접근하고 있다. 부자의 경우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 부자에게 수험료나 책값을 안 받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느냐.”

홍=(말 사이에 끼어들며) “그럼 부자도….”

박=“아니, 내가 얘기하면 좀 있다 혀야지. 그 다음에 좌파, 좌파 얘기를 하는데 무상급식하자는 것이 좌파인지 모르겠다. 헌법에 의무 무상교육을 한다고 돼 있으면 좌파 헌법인가.”

홍=“좌파 헌법이 아니고….”

박=“잠깐만…. 내가 얘기하께. 왜 좌파 좌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지방선거를 앞두고 얘기하느냐고 하는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9%가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교육감 선거 예비 후보의 71%도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국민이 이만큼 원하면 한나라당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 정권에서 하지 않은 걸 새 정권에서 하면 안 되나. 영·유아 교육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자면서 현재의 의무교육을 더 완전하게 실시하자는 데 어떻게 영·유아 문제로 반박을 하나. 영·유아 교육도 (의무교육으로) 하자 말이야.”

홍=“왜 좌파 포퓰리즘이냐. 좌파들 주장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선동 정치다. 2002년에도 수도 이전을 내세워 정권을 잡지 않았느냐. 집중적으로 지원할 대상에 대해 급식의 질을 높이고 차상위 계층이나 영·유아까지 확대하는 것이 맞지 그걸 국민 앞에 ‘우리는 전면적으로 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여론조사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참고 자료인 것이다.”

박=“여론이 높다고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오만과 독선과 독주에 빠진 정권이라고 국민이 비판한다.”

홍=“여론조사는 참고 자료다. 여론조사대로 국가 정책이 집행된다면 지도자도 정치도 필요 없다. 모든 법안도 여론조사로 하면 된다. 그게 포퓰리즘이다.”

수도 이전으로 집권 vs 현 정권 오만·독선
홍=“제가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들이 등록금을 내라고 독촉하면 창피했다. 분기별로 그랬다. 교육 현장에서 급식비를 안 낸다고 선생님이 그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현행 제도를 개선해 학교가 학부모에게 직접 지로로 납부해 달라고 보내는 방법 등이 있을 거다.”

박=“그렇게 되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엄청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래도 안 가져오면 급식에서 제외하거나 납부한 학생 돈으로 나눠 먹여야 하는데 그럼, 급식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학부모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여당에서 재원 타령을 너무 많이 하는데 무상으로 급식하고 급식비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급식비를 내면 되지 않느냐.”

홍=“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무상급식비를 충당하자는 것은 무상급식도 아니고 좌파 포퓰리즘이다.”

박=“홍 의원 말대로 하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국민 79%, 교육감 예비 후보 71%가 좌파가 돼 버린다.”

홍=“좌파가 나쁜 겁니까. 아니 좌파가 나쁜 거 아니에요.”

박=“무상급식 문제를 색깔과 이념의 딱지를 붙여서 된다 안 된다 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 교육의 절실한 문제고 의무교육의 실현과 정책 결단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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