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인디] 인디 1세대 록밴드 '레이니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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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정차식(보컬).김태진(기타).김대현(드럼)으로 구성된 인디 1세대 록밴드 레이니선. 원년 멤버 최태섭(베이스)이 지난 1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합류함으로써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첫 시도가 1집 앨범 '포르노 바이러스' 재발매 작업이다. 1998년에 낸 이 데뷔 앨범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독특함이 일부 록매니어와 평론가들로부터 '환상적' 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전곡이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데다 멤버의 군 입대 등으로 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절판됐다. 어떤 평론가는 이 앨범을 '저주받은 명반'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어쿠스틱곡만을 모은 1.5집 '유감' 을 발표하고 영화 '가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 참여했던 레이니선이 1집을 다시 만들어 내놓은 데에는 앨범을 찾는 팬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공들여 만든 앨범을 그냥 묻어버릴 수 없다는 제작자의 고집도 작용했다.

정작 멤버들이 "그냥 저주받은 채로 남았으면 좋겠다" 는 농담섞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마도 늘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과 욕심 때문일 것이다.

레이니선의 고향은 부산이다. 93년 팝콘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던 이들은 97년 서울로 옮겨 홍대앞 클럽 드럭 등에서 라이브 공연 위주로 활동했다.

99년 옴니버스 앨범 '인디파워 1999' 에 조덕배의 '꿈에' 를 원곡과는 전혀 다른 기이한 로큰롤풍으로 편곡해 담아 화제가 됐다. 이 노래는 1.5집에 이어 재발매한 1집에도 새롭게 편곡돼 들어갔다.

재발매 음반에 담긴 '꿈에' 는 일명 라디오 방송용. 6분에 이르던 노래를 3분여로 줄이고 방송이 가능하도록 '순화' 시켰다. 더이상 주류 편입을 외면할 수 만은 없다는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레이니선은 고집있는 밴드다. 대화 하나에도 억세고 투박한 부산 사투리 속에 음악적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다.

"부산 사투리로 '우빵' 이라고 합니더. 무게 빡 잡는 거 있지에. 그기다 정신적 고집을 더한 걸 말한다고 보시믄 됩니더. "

이 '우빵' 한 밴드를 제발 엽기.호러 등의 제한적인 단어로 부르지 말아 주기를. 가을께 내놓을 새 정규 앨범이 기대된다. (http://www.rainysun.co.kr)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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