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칼럼] 서울의 '玉에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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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이 자아내는 미감(美感)은 여러가지다. 역사적인 고도(古都)로서의 아름다움과 현대화한 도시의 미, 뛰어난 자연풍광이 가져다주는 수려함이 어울려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연적 아름다움에 현대 산업사회의 활력과 동방민족 특유의 정갈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무실.시장, 그리고 공원 등을 찾아다니면 이러한 느낌이 자연스레 다가온다. 어쨌든 여러가지 경험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인들은 뛰어난 창의력을 지닌 민족이고 서울은 확실히 한국인들이 만들어 낸, 따뜻하고 밝으며 아름다운 보물덩어리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 서울에서 살아가면서 종종 눈에 거슬리는 위생환경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끔 주변의 친구들에게 '서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이들은 대부분 '더러움' 이라고 대답한다. 친구들이 말하는 '더러움' 은 결국 서울시가 지닌 환경 위생상의 문제에 몰려 있다.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할 것은 서울은 기능적으로 뛰어난 도시라는 점이다. 우리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서울은 현대적인 생활 리듬과 전통적이면서 전원적인 삶의 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상품이 유통되는 초현대식 슈퍼마켓, 일반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재래시장의 면모를 보면서 이같은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또 서울 시내 도처에 들어서고 있는 공원, 나무 심기를 좋아하는 서울시민, 번화한 시내를 자유롭게 거니는 비둘기떼 등은 산업화한 도심 가운데서도 서울사람들이 전원적인 삶에 대해 아직 향수를 지니고 있음도 느끼게 한다.

공교롭게도 내 친구들이 말하는 서울시의 '더러움' 이란 서울시민들의 이같은 전원적 취향에서 비롯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래시장, 특히 청과물을 파는 곳을 들르면 판매대 밑과 주변에 배추와 무 이파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또 물에 젖어 축 늘어진 종이 등이 섞여 있어 악취를 풍기기 일쑤다. 아주 유명한 시장에 들르더라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흔히 눈에 띄는 쓰레기는 담배꽁초다. '보편(普遍)' 이란 말 그대로 서울시내 각 구석에 널려 있는 것이다.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거리의 하수도 덮개, 가로수 밑동, 육교 계단, 심지어 상점 앞에 놓인 화분에도 담배꽁초는 어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애완동물 기르기도 여기에 한몫 한다. 개인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는 개와 고양이의 배설물이 눈에 자주 띈다. 조금 잘못하면 이를 밟을 수도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비둘기와 까치 등이 서식하는 나무 밑에는 이들이 쏟아낸 배설물의 흔적이 버티고 있다. 나무 밑을 서서히 걷는 여유를 누리려다가 이들의 배설물을 머리에 맞는 '액운' 과 맞닥뜨리기 십상이다. 큰 도로 주변에서는 아예 사람의 '그것' 도 가끔 눈에 들어온다. 조금 후미진 곳에서는 가정용과 상업용, 건축현장용 쓰레기가 이쪽저쪽에 한 무더기씩 쌓여 있는 것도 보인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어느 작은 음식점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침과 저녁 때가 되면 이 음식점 사람들은 식당에서 나오는 휴지와 음식 쓰레기 등을 태워서 없앨 때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연기에 주변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여러가지가 나의 친구들이 말하는 서울의 '더러움' 이다.

비위생적이면서도 더러움을 가져다 주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반드시 손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응당 유관 기관과 시민단체, 서울시민 개개인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한 마땅한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로써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 서울의 미관(美觀)이 한결 나아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양두안즈(楊端志) 중국 산둥대 교수.성균관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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