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태윤교수 매주 한편꼴 '논문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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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교수가 논문을 안 쓴다는 건 연구를 열심히 안한다는 것과 다름 없지요. 특히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들은 더욱 논문을 많이 내야 합니다. "

2년간 교수 50명분의 연구업적을 이룬 교수가 있다. 올해 고려대 교수업적 평가에서 최다득점을 한 이과대 컴퓨터학과 김태윤(金泰潤.46.사진)교수.

연구.교육.봉사실적 세 분야를 따지는 평가 중 연구분야에서 합격점(80점)의 50배에 가까운 3천8백93점을 받았다.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학술지에 실은 논문 14편을 포함, 최근 2년 동안 쓴 국내외 논문이 1백5편. 1주일에 한편씩 쓴 꼴이다.

고려대는 지난해부터 전체교수 9백50명에 대해 직급별로 1년(합격점 1백점) 또는 2년(2백점) 단위로 업적평가를 시작했다. 올해 첫 평가를 받은 金교수는 세 분야 합계 4천85점이라는 초유의 점수를 냈다.

이과대의 경우 정교수 승진을 위해선 5년간 평가에서 5백점(SCI급 논문 2~3편 상당) 이상을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초(超)기록적이다. 1988년 고려대 부임 이후 지금까지 그가 저술한 논문은 SCI급 19편 등 3백30편.

"외부 프로젝트를 따올 때도 기존의 연구과제와 연장선상에 있고 논문감이 되는 것을 주로 고르지요. "

이렇듯 끊임없이 연구.논문 거리를 찾는 열정이 그를 '논문왕' 으로 만든 비결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연구실 학생들이 열심히 해준 덕" 이라며 소속 대학원생들을 치켜세웠다. 실제로 그는 SCI급 논문 대부분의 제1저자를 이들 대학원생들로 올려놓았다.

金교수는 "대학원생들을 지나친 공부벌레로 만드는 것 아니냐" "너무 채찍질하지 않느냐" 는 질문에 손을 흔든다.

"과학은 창의성이 중요해요. 때문에 저도 밤을 새워 공부하는 적은 없고, 우리 학생들도 오후 10시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으면 혼을 내고 집으로 보내요. "

그의 연구실엔 세계 각국의 토속공예품 3천여개가 전시돼 있다. 한해 평균 여섯차례 나가는 해외출장 때 수집한 것들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석달 전에 나온 논문은 '쓰레기' 나 다름 없어요. 때문에 컴퓨터를 전공하는 교수가 책을 끼고 산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 잦은 해외 방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金교수는 『공학 교수가 웬 시집』 등 시집 두권과 수필집 네권도 냈다.

"문학은 과학보다 항상 앞서나갑니다. '로봇' 의 개념이 언제 나온 줄 아세요. 기원 전 1세기 이삭 카시모브라는 희곡작가가 고안해 냈어요. 그리고 2천년 뒤 로봇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

그는 요즘 컴퓨터 보안과 복제방지 프로그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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