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철수의 '작은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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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작은 선물’
이철수 지음, 호미, 162쪽, 2만5000원

이철수씨는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을 듣는 판화가다. 각종 잡지며 엽서, 달력에서 만나는 그의 간결한 판화와 짧은 글은 우리 곁에 머무르며 퍼석한 삶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게 한다. 이문재 시인은 늘 만날 수 있는 그의 판화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마음’이라고 풀었다.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이철수씨가 마음으로 판 작품을 묶은 이번 판화 모음은 제목 그대로 ‘작은 선물’처럼 소담하다. “꽃보내고 보니/놓고 가신/작은 선물/향기로운 열매.”이 예쁜 글이 받치고 있는 이미지는 앙증맞은 붉은 열매 달랑 하나다. 공백이 더 넓어서 시원한 판화는 글과 그림이 서로 몸을 비비며 하나로 스며들고 있다. 작가는 이런 말로 독자를 초대한다.

“제 판화가 당신 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걸거든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시기를. 가능하면 조금 오래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를. 손을 잡고, 가벼운 동행이 되어 주시면 오래 고마운 일로 기억하겠습니다.”

농익은 버찌 하나, 밥 한 그릇, 물 한 대접, 뭐든 우리 곁에 놓이는 것은 삶에 함께 하는 벗이자 인연이다. 생활의 발견이자 관계 맺음의 기쁨을 노래한 그의 판화시는 그래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화엄의 세계’가 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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